진단평가 안보고 체험학습 떠난 학생 1% 안돼
전국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31일 실시된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별다른 충돌 없이 치러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일부 학부모단체의 평가 반대 방침에 따라 일부 학생은 평가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떠났지만 참가자는 전체 평가 대상자의 1%도 되지 않는 800여 명에 불과했다. 67만7015명이 평가 대상인 서울시의 경우 교육청의 집계 결과 학교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체험학습을 떠난 학생은 초등학생 53명, 중학생 12명이었고 등교한 뒤 평가를 거부한 학생은 2명이었다.
또 평가를 거부하기 위한 학생들의 조직적인 백지답안 제출이나 오답 적기 등 우려했던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부 학교에서는 전교조의 평가 방해에 대비해 학부모들이 감독으로 나서기도 했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의 주관 아래 치러진 이날 평가는 대체로 쉽게 출제돼 학생들은 큰 어려움 없이 평가를 마쳤다. 서울 원효초 6학년 황초은 양(11)은 “작년 1학기 때 배운 게 조금 헷갈렸지만 대부분 쉽게 풀 수 있었다”며 “평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친구 중에는 영어가 어렵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교조 서울지부가 30일 명단을 공개한 불복종 실천행동 교사 122명 중 2명의 교사가 이날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명단에 포함됐다고 주장해 명단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명단에 포함된 A 교사는 시교육청에 ‘진술서’를 보내 “26일 이뤄진 전교조 서울지부의 설문에서 ‘진단평가를 거부하지 않지만 실시 취지에는 반대한다’는 항목을 선택했는데 이는 진단평가 자체를 거부한다는 것이 아니었다”며 “(설문 응답은) 체험학습을 가정통신문으로 안내하는 등 학생들이 시험에 참여하지 않도록 유도하겠다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설문에서 똑같은 항목을 선택한 같은 학교 동료 B 교사도 시교육청에 보낸 진술서에서 “학생들을 서열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개인적인 소신을 피력하였을 뿐 시험을 거부하는 등의 불복종 행위를 하겠다고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전교조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이어서 더는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학교 C 교감은 “두 교사는 체험학습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거나 진단평가 거부를 유도하는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명단이 공개된 것에 대해 황당해하고 있으며 시험 당일에도 모두 성실히 진단평가에 임했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