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한빛예술단’의 찾아가는 순회연주회가 열린 지난달 31일 성북구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교복을 입고 단체로 관람을 온 중학생들부터 가족끼리 공연을 즐기러 온 사람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성북구민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공연에 대한 기대가 한껏 달아올라 있었지만 ‘시각장애인 연주단’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도 없지는 않았다. 객석 일부에선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악기 연주를 해?”라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런 ‘편견’은 공연의 시작과 함께 곧 사라졌다. 무대에 등장할 때 도우미의 인도를 받아야 할 만큼 ‘한빛예술단’ 단원들의 눈은 비록 어두웠지만 이런 신체적인 장애가 그들의 연주에 장애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랜 연습으로 단련된 그들의 몸은 이미 악기와 하나가 돼 있었고 ‘땀’이 가득 녹아 있는 그들의 무대는 편견을 넘어서 관중을 하나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 음악을 향한 꿈으로 뭉친 ‘한빛예술단’
한빛예술단은 뛰어난 음악적 재능과 역량을 갖춘 시각장애인 63명으로 구성돼 있다. 단원들은 각기 관악합주단인 ‘한빛브라스앙상블’을 비롯해 ‘한빛체리티합창단’과 ‘타악앙상블’ 등의 연주단에 소속돼 활동한다.
장애를 넘어서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사연이 많다. 시각장애 1등급의 윤석현 군(17·한빛맹학교 고등부 2학년)은 7달 만에 세상에 태어나 미숙아망막증에 의해 시력을 잃었다. 빛조차 감지할 수 없었던 그가 음악을 시작한 건 7년 전인 2002년. 트럼펫보다 조금 더 경쾌하고 초보자가 다루기에 쉬운 코넷으로 음악을 시작한 그는 2003년엔 시각장애인들만 참여한 콩쿠르에 참여해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하는 등 바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하지만 고비도 많았다.
“점자로 된 악보들이 워낙 오타가 많아서 선생님이 녹음을 해주면 그걸 듣고 연습하는데 완벽하게 외워서 연주하려면 4∼5달이 걸리는 편이에요. 이렇게 힘들게 연습했는데 대회 등에서 노력한 만큼 성과가 안나왔을 때는 방황하기도 했죠. 하지만 어머니에게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정말 열심히 연습을 했습니다.”
그는 결국 2007년 10월 비장애인들도 참가한 ‘CBS 전국청소년 음악 콩쿠르’ 에서 1등을 차지했다.
한빛예술단 활동을 하며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윤 군은 “시각장애인이지만 세계 정상의 연주자가 될 것”이라며 “연주를 통해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넘어
‘한빛예술단’은 이날 성북구민들의 감동을 자아내며 타악 퍼포먼스부터 바이올린 연주, 합창, 트럼펫 솔로에 이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이재혁 씨의 특별공연과 장애를 딛고 음악 영재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 양도 무대를 빛냈다.
초등학생 아들의 손을 잡고 공연을 본 이명순 씨는 “실제로 이렇게 보니 너무 근사하고, 장애를 넘어 멋진 음악을 선사하는 이들의 모습이 아이들은 물론 나에게도 큰 교훈을 줬다”고 말했다.
올해 한빛예술단은 서울시의 단체 지원을 받아 매월 자치구를 순회하며 무료 공연 ‘한빛예술단 찾아가는 순회연주회’를 개최한다. 성북구에 이어 서대문구(4월), 송파구(5월), 관악구(6월), 서초구(7월), 중구(9월), 강동구(10월) 공연 등을 계획하고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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