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제작진이 미국산 쇠고기의 인간광우병 위험성을 과장하기 위해 방송대본 내용을 원래 취재 내용과 다르게 수정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전현준)는 PD수첩 제작진의 e메일 압수수색에서 방송대본 원본을 발견했으며, 이를 실제 방송한 것과 비교해 본 결과 차이가 있었던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 1일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방송 최종 제작 당일 대본 내용이 크게 수정됐으며, 이 과정에서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으로 숨진 미국 20대 여성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딸의 사인에 대해 CJD라고 두 차례에 걸쳐 말한 부분의 자막은 인간광우병(vCJD)로 바뀌었다. 검찰은 인터뷰 번역 초고와 방송대본 초고에서 일관되게 CJD로 표기됐던 부분이 마지막 대본에서 갑자기 vCJD로 바뀐 것은 우연한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 오역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빈슨의 어머니가 “내 딸이 걸렸을지도 모르는(could possibly have)”이라고 말한 내용도 원래 대본에는 제대로 번역돼 있었지만, 최종 대본에서는 “내 딸이 걸렸던”이라는 식의 단정적 표현으로 고쳐졌다고 한다.
버지니아주 보건당국과의 인터뷰도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다”고 말한 내용을 “(vCJD 여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방송했다. 또 대부분의 현지 뉴스가 빈슨의 사인이 CJD 또는 위 절제술 후유증일 것으로 보도했지만 PD수첩은 “vCJD로 의심된다”라고 보도한 특정 기사만을 인용했다는 것.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이 실수가 아니라 빈슨의 사인을 vCJD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방송내용을 왜곡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제작진 전원을 직접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