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달러는 투자명목” 연철호 씨 주장 4가지 의혹

  • 입력 2009년 4월 2일 02시 59분


① 조세피난처에 창투사 설립

돈세탁해 자금추적 피하기?

② 계약서도 안쓰고 거액 투자

투자 가장한 검은돈 거래?

③ 왜 하필 盧 퇴임직전에 송금

서둘러 받을 이유 있었나?

④ 돈 성격 놓고 엇갈린 해명

박연차 “화포천 개발 종잣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는 지난달 31일 대리인을 통해 박연차 회장에게서 받은 500만 달러를 “해외 투자를 위해 받은 돈이며, 이 중 200만 달러를 실제로 미국,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의 업체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연 씨는 2007년 12월 자신이 먼저 박 회장에게 투자를 요청했으며 돈을 받은 시점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인 2008년 2월 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 씨의 해명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 조세피난처에 투자사 설립?=연 씨는 자신이 한 창업투자회사에서 일하다가 독립하기 위해 지난해 1월 버진아일랜드에 주소지를 둔 ‘타나도 인베스트먼트’라는 창투사를 설립해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버진아일랜드는 금융거래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하며 세금이 거의 없다. 외환거래에 대한 규제도 약해 투기성 자본이나 범죄성 자금이 선호하는 조세 피난처 중 한 곳이다. 버진아일랜드와 관련된 수사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버진아일랜드에 세워지는 회사의 대부분은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이며 이 회사들은 대부분 자금세탁의 창구로 이용된다”고 말했다.

연 씨가 투자소득에 대한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이곳을 택했을 수도 있지만, 박 회장이 송금한 500만 달러가 추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곳에 창투사를 설립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 씨가 5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를 미국, 베트남, 태국, 필리핀 업체 등 여러 곳에 투자했다는 것도 박 회장의 ‘비자금’을 자금 분산 과정을 거쳐 일종의 돈 세탁을 하려는 것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거액 투자받으면서 계약서도 없다=연 씨는 박 회장에게서 500만 달러를 투자받으면서 정식 투자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만 약정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계약서 한 장 없이 거액이 오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실제로 투자 목적으로 돈을 받았다면 사전에 투자대상이 되는 사업이 이익이 날 수 있는 것인지, 이익이 났을 때에 이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또 이 같은 과정을 단계별로 문서로 작성해 사후에 있을 법적 분쟁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투자계약서나 차용증 한 장 없는 500만 달러 투자 주장은 오히려 투자를 가장한 돈 거래라는 의심을 낳고 있다.

▽ 하필이면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직전에 송금?=연 씨가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고 밝힌 시점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인 2008년 2월 말이다. 박 회장에게 투자 제안을 한 지 불과 2개월 만이다. 정상적인 투자였다면 송금 시기를 다소 늦춰 노 전 대통령에게 주는 비정상적인 자금이라는 오해를 피했어야 한다. 그런데 연 씨는 오히려 박 회장에게 투자 제안을 한 지 한 달 만인 2008년 1월 버진아일랜드에 주소지를 둔 회사를 차리고, 이 회사를 통해 돈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 퇴임 전에 서둘러 돈을 받아야 할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박 회장이 2007년 8월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게 “퇴임 후 대통령 재단을 설립하기 위한 경비로 50억 원을 내놓을 테니 홍콩 계좌에서 찾아가라”고 제안한 것과 무관치 않을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박 회장의 제안이 연 씨가 돈을 받기 이전에 이뤄졌고 이를 거절했다”고 하지만, 돈의 액수가 비슷한 데다 출처도 박 회장의 홍콩 계좌라는 점이 일치한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정권 말기에 무슨 거래가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해외 투자금? 화포천 개발 종잣돈?=박찬종 변호사는 지난달 말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회장을 접견한 뒤 “박 회장이 ‘김해 화포천 개발사업의 종잣돈으로 쓰라고 50억 원을 건넸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화포천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살고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와 가까운 곳이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 화포천의 친환경 개발을 강조한 적이 있어,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활동을 위한 돈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연 씨는 “화포천 개발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반박했다.연 씨의 해명은 노 전 대통령과는 무관한 돈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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