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마음을 졸이던 엄마들인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에 "한국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겠냐"며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베이비파우더는 기저귀 발진을 예방하기 위해 하루에도 여러 번 발라주기 때문에 사용 빈도도 높고 신생아부터 최소 1~2년간은 사용하게 된다. 베이비파우더 제품에 함유된 석면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태여서 불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국제암연구소(IARC) 발암성 등급에 따르면 석면 또는 섬유상(asbestiform) 탈크는 이미 발암성이 임상적으로 밝혀진 '그룹 1' 발암물질에 해당한다. 석면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폐암이 발생할 수 있고 피부에 직접 닿았을 때 피부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 피해 보상이 아니라 제품 교환이라니…
석면이 검출된 베이더파우더 제조회사인 보령 메디앙스, 한국 콜마, 유씨엘, 성광제약 등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제품 제조를 중단하고 전량 회수하여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에 대해서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은 파우더로 교환해 주겠다고만 공지해 안일한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인터넷 육아카페 '맘스홀릭' 등에는 "식약청이 전량 검사한 것도 아닌데 석면 없는 제품이라고 믿을 수 있나" "피해보상도 환불도 아니고 교환이라니…" 라는 엄마들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해당업체 고객센터는 전화가 폭주해서인지 아예 통화중이거나 전화 불통 상태다. 판매점에서도 새 제품이나 오프라인으로 판매된 제품만 회수하고 있어 교환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체에 안이한 대응에 분노한 엄마들은 집단소송으로 피해 보상을 받자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엄마들은 "파우더를 얼굴에 뿌려주고 싶다, 갈아마시게 하고 싶다" 등의 극단적인 말까지 하며 집단 소송이 가능 여부를 토론 중이며 이에 참여하겠다는 댓글도 수십 개씩 달렸다.
위 회사에서 생산하는 유아용 세제, 스킨케어 제품, 치약까지 불신이 확산되어 불매 운동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또한, 이미 석면을 규제하고 있는 외국제 베이비파우더나 발진 크림에 대한 정보 공유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 식약청 늦장 대응 비난 봇물
식약청은 2일 화장품 등의 원료로 쓰이는 탈크에 석면의 기준, 규격을 식약청장의 직권으로 즉시 개정, 이날 바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약품, 의약외품 기준규격을 개정하려면 원칙적으로 입법예고와 규제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즉시 고시를 마련, 시행키로 한 것.
이러한 발표에도 식약청이 석면 파우더를 방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식약청이 이번 베이비파우더 제품에 대한 석면 검사를 하게 된 것은 2009년 3월 30일자 KBS2 '소비자고발'에서 식약청에 취재를 요청해온 것을 계기로 이루어 진 것이다.
KBS2 '소비자고발'이 시중 유통 중인 베이비파우더 일부제품에서 석면 검출된 것을 확인하고 검사를 의뢰하자 식약청은 자체 검사 후 석면 검출 제품은 출하 금지토록 3월 30일자로 우선 조치했으며, 1일 최종 검사결과를 확인하고 즉시 판매 중지 및 회수폐기 명령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는 탈크 중 석면을 규제하는 규정이 없었다. 탈크의 발암성 논란은 1980년대 초반 제기돼 유럽은 2005년 탈크에서 석면이 검출되지 않도록 기준을 정했으며 미국도 2006년 같은 기준을 만들었다. 선진국들은 이미 베이비파우더의 석면 혼재 가능성을 발견하고 강력한 규제정책을 적용해왔지만 식약청은 이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 했던 것이다.
때문에 인터넷 육아카페 '맘스홀릭' 에는 식약청에 전화번호를 올리고 항의 전화를 하자는 운동이 한창이고 실제 식약청 홈페이지도 항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