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가 준 수면제먹고 열차에 치여숨져

  • 입력 2009년 4월 2일 19시 09분


강도가 건넨 수면제를 먹고 몽롱한 상태에서 철도 선로 위를 걷던 60대 남성이 열차에 치여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충남 논산경찰서에 따르면 2월 28일 오후 10시 경 논산시 강경읍 자신의 집에 가기 위해 천안에서 열차를 탄 양모 씨(67)는 불과 1시간여 전 안면을 튼 김모 씨(59)씨가 건넨 수면제가 든 드링크제를 마시고 곯아 떨어졌다. 김씨는 열차를 타기 전 천안역 대합실에서 양씨에게 접근해 이야기를 나누다 술을 같이 마신 뒤 같은 열차에 탔다. 김씨는 이날 오후 11시 반경 강경역 전에 있는 계룡역에서 양씨를 데리고 내려 역 인근 공터에서 830만 원 상당의 현금과 금품을 빼앗은 뒤 달아났다. 양씨는 4시간 뒤 깨어났으나 정신이 없는 나머지 주변을 배회하다 대전 방향으로 1㎞ 떨어진 선로에서 열차에 치여 숨졌다.

경찰은 양씨를 부검한 결과 수면제 성분이 검출된 데다 계룡역에서 내린 점을 이상히 여겨 폐쇄회로(CC) TV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인 결과 김씨가 범인인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경북 청도에서 같은 방법으로 범행을 한 뒤 전북 익산역에 내려 자신의 집으로 가려던 김씨를 검거해 2일 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해 10월25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충북 청주, 전남 장성 등을 돌며 같은 방식으로 6차례에 걸쳐 15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았다. 김씨는 경찰에서 "대합실에서 행선지를 물으며 접근해 술을 같이 마시고 같은 기차에 탄 뒤 술을 깨야한다며 수면제 탄 드링크를 권했다"고 진술했다.

논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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