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고갈 심해”… 모의고사-참고서도 적용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된 지문과 같은 주제의 지문이라도 내용이 다르면 올해 수능에 출제될 수 있게 됐다.
수능 출제를 맡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일 “언어영역의 비문학 지문과 외국어영역의 영어 지문은 내용이 똑같지 않는 한 핵심 주제어가 같은 지문을 출제할 수 있도록 ‘기출 배제’ 원칙을 일부 수정했다”며 “수정된 원칙은 11월 치러질 수능에 적용되며 6월 4일 치러지는 모의고사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는 언어영역의 비문학 지문과 외국어영역 지문의 경우 이전 수능 및 모의고사는 물론 최근 3년간 출간된 참고서나 문제집에 등장한 문제의 지문과 핵심 주제어만 같아도 ‘기출’로 보고 출제에서 제외했다. ‘엘니뇨’가 핵심 주제어인 영어 지문이 출제됐다면 이후에는 엘니뇨에 관한 영어 지문은 모두 배제된 것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핵심 주제어만 같아도 문제의 지문에서 배제하다 보니 갈수록 출제가 힘들어지고 있다”며 “수능이 16년째 시행되는 동안 평가원 내부에서도 기출의 기준을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아 원칙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엔 수능과 모의고사에 출제된 지문에 한해 다시 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학생들이 다양한 글을 읽지 않고 기출 지문을 외우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채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준순 서울 여의도여고 교장은 “수능이나 모의고사에 출제된 지문이라면 이미 훌륭한 지문이라는 것이 검증된 것”이라며 “기출 지문을 무조건 피하다 보면 질이 다소 떨어지는 지문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평가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능과 모의고사에 등장한 비문학 지문은 175개이며 최근 3년 치 참고서와 문제집 500여 권에 실린 지문은 약 6만2000개로 평가원이 모두 데이터베이스(DB)화해 관리하고 있다. 영어 지문의 경우 수능과 모의고사에 사용된 지문 1199개는 모두 DB화했지만, 참고서와 문제집에 사용된 지문은 너무 많아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