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땅,새만금]새만금 인근 변산에도 걷기 명소 만들자

  • 입력 2009년 4월 7일 02시 54분


지구촌에 걷기가 유행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이나 일본의 ‘에도 시대의 길’을 수많은 사람이 걷고 있다. 나라 안에도 ‘지리산 둘레길’ ‘제주올레길’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영남대로’나 ‘삼남대로’를 걷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새만금과 바로 연결되는 변산반도 국립공원은 어떤가. 관광객들이 하루 이틀 머무는 경우는 별로 없고 내소사나 격포 일대를 둘러보고 금세 떠난다. 산과 바다와 들이 어우러지고 낙조와 해안선이 아름다운 변산과 새만금을 연계시킨 새로운 관광상품을 만들 수 있을까?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로 능가산, 영주산, 봉래산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려온 변산을 두고 ‘택리지’의 저자인 이중환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서쪽, 남쪽, 북쪽은 모두 큰 바다이고, 산 안에는 많은 봉우리와 구렁이 있는데 이것이 변산이다. 높은 봉우리와 깎아지른 듯한 산꼭대기, 평평한 땅이나 비스듬한 벼랑을 막론하고 모두 큰 소나무가 하늘에 솟아나서 해를 가리웠다.”

바깥에다 산을 세우고 안을 비운 형국인 변산을 두고 바다와 접한 해안 쪽을 바깥변산, 산봉우리들이 첩첩 쌓인 내륙 쪽을 안변산이라고 부른다. 의상봉(508m), 주류산성(331m)을 비롯한 여러 산이 우뚝우뚝 솟은 변산의 둘레를 걷는 ‘변산둘레길’을 만들면 어떨까?

부안군 하서면 구암리 고인돌마을에서 상서를 지나면 백제 부흥운동이 펼쳐진 개암사에 이른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하는지, 천리에 외로움 꿈만 오락가락하도다”라는 시를 남긴 부안 기생 출신 문인 이매창의 문집을 발행한 개암사에서 정유재란의 상처가 남아 있는 호벌치는 지척이다. 다시 길을 나서면 고려청자를 구웠던 유천리 가마터에 이르고 바로 근처에 조선 실학자 반계 유형원이 낙향하여 ‘반계수록’을 지은 보안면 우동리가 있다.

당산제로 이름난 우동리 부근 정사암에 집을 짓고서 살고자 했던 사람이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이었다. “저녁노을이 서산에 걸리고 하늘 그림자가 물 위에 드리워졌다. 물을 내려다보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를 읊고 나니 문득 속세를 벗어난 기분이었다.” 그곳에서 염전과 포구가 있는 곰소를 지나 울울창창하게 늘어선 전나무 숲길을 걸어가면 호남의 명찰인 내소사에 이른다.

내소사에서 나와 바닷가에 이르면 나라 안에 드라이브 코스로 가장 아름다운 해안길이 펼쳐진다. 곰소만 건너 선운산과 소요산 일대를 조망하면서 아름다운 포구인 모항과 솔섬을 지나 격포에 이른다. 수만 권의 책을 쌓아 놓은 모양의 해안 절벽인 채석강과 서해 수호신을 모신 수성당 근처에 적벽강이 있다. 고사포와 변산해수욕장 그리고 새만금 방조제를 지나 하서의 구암리로 돌아오는 ‘변산 둘레길’은 약 100km에 이르는 길이다. 사흘이나 나흘길, 문화와 역사와 자연이 살아 숨쉬는 그 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새로워지고 세상이 달리 보이지 않을까?

신정일 문화사학자.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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