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전교 310등→120등 윤성현 군

  • 입력 2009년 4월 7일 02시 54분


이젠 알겠어요, 공부는 바로 습관!… 바꿔야 성적이 올라요

《“배멀미 아시죠? 영어책을 딱 펼치는 순간 갑자기 배멀미를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영어책만 봐도 즐거워요. 술술 해석이 되니 공부한 보람을 느낄 수 있거든요. 방학 때 매일 20개씩 단어를 외운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요(웃음).”

서울 강동고등학교 1학년 윤성현 군(15·사진)은 자칭 ‘행복한 중위권’이다. 반 년 만에 전교 석차를 190등 끌어올려 꼴찌 탈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만년 하위권이었던 윤 군에겐 반 1등보다 중위권 입성이 더 간절한 꿈이었다.》

○ “공부가 싫어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어려워서 하기도 싫었고요. 시간표 숙제 시험처럼 공부에 관련된 거라면 아예 신경도 안 썼어요.”

중학교 3학년 1학기 초까지만 해도 윤 군은 학교 선생님들의 ‘특별 관리대상’이었다. 수행평가 과제를 제출하지 않는 학생, 미술 준비물을 수업시간 직전 옆 반 친구에게 빌려오는 학생, 친구가 귀띔을 해주지 않으면 시험을 언제 보는지 모르는 학생…. 물어볼 것 없이 모두 윤 군이었다.

윤 군은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사각지대에 자리를 잡았다. 수업시간엔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문자로 실시간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방과 후엔 집에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자정까지 온라인 게임에만 몰두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종합학원에 다니기도 했지만 매번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곤 했다. 시간이 갈수록 공부에 대한 흥미는 더 떨어졌다. 중학교 1, 2학년 때 윤 군의 성적표엔 늘 ‘양’ ‘가’ 행진이 끊이지 않았다.

○ ‘연세대 합격’과 ‘전교 5등’ 사이에 선 ‘꼴찌’

윤 군은 ‘꼴찌 성적표’를 받고도 무덤덤했다. 하지만 그런 윤 군에게도 견디기 힘든 시간이 있었다. 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이다.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었어요. 사촌형이 연세대에 합격해 잔치 분위기였죠. 같은 학교에 다니는 중학교 1학년 사촌동생은 기말고사에서 전교 5등을 해 친척 어른들께 칭찬을 받았고요. 어른들이 저와 다른 사촌들을 콕 짚어 비교하지는 않으셨지만 그때 ‘꼴찌의 설움’을 톡톡히 느꼈어요.”

윤 군은 처음으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공부와 담을 쌓고 살았던 윤 군에겐 책을 펴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책을 붙잡고 있어도 머릿속엔 게임 생각으로 가득했다.

○ ‘엄마의 눈물’… 꼴찌를 움직이다

윤 군의 진짜 공부는 3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일주일 앞두고 시작됐다.

“자꾸 떨어지는 성적 때문에 엄마가 많이 속상해 하셨어요. 중간고사를 앞둔 어느 날 곁에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엄마가 눈물을 쏟으셨죠. 내년엔 고등학생이 되는데….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어요.”

윤 군은 ‘하위권 탈출, 중위권 진입’을 목표를 세웠다. △1학기 중간고사에서 영어 수학 성적을 단 몇 점이라도 올리기 △하루 두 시간 공부하기 △‘선(先)공부 후(後)게임’ 원칙 지키기를 종이에 써서 책상머리에 붙였다. 휴대전화 배경화면에도 ‘반드시 해낸다’ ‘본때를 보여주자’ 같은 문구를 입력해 놓고 수시로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윤 군은 일주일 동안 영어 수학 교과서를 이해될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난생 처음 한 시험공부 였다. 중간고사 결과는 전체 333명 중 310등. 하지만 윤 군은 실망하지 않았다.

“1, 2학년 때 공부를 전혀 안 했기 때문에 전 백지상태나 다름없었어요. 2학기 기말고사 때까지 서두르지 않고 기초실력을 쌓는다고 생각했어요.”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윤 군은 다시 1학기 기말고사를 위한 시험 준비에 돌입했다.

○ ‘나 자신을 알자’… 맞춤 계획으로 전교 190등↑

“너 뭐 잘못 먹었냐?”(친구)

“나도 공부 좀 해보려고. ‘막장 인생’에서 벗어나야지.”(윤 군)

윤 군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기 수준에 맞게 학습 계획을 세웠다. 먼저 수업 내용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공부 잘하는 친구 두 명의 노트를 빌려 필기 내용을 베껴 썼다. 하루 두 시간이었던 공부시간도 한 시간 더 늘렸다.

기초가 부족한 영어 수학은 매일 한 시간씩 공부했다. 나머지 시간은 암기과목에 투자했다. 수행평가 과제도 날짜에 맞춰 제출했다. 부족한 주요 과목 실력을 만회하기 위한 윤 군의 전략이었다.

주요 과목은 교과서와 문제집의 개념정리를 이해될 때까지 반복해서 읽었다. 수학 문제 하나를 풀기 위해 문제집 개념정리를 20번 넘게 읽은 적도 있었다. 사회, 과학, 도덕 같은 암기과목은 교과서를 통째로 머릿속에 저장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했다. 지도, 도표, 실험과정은 물론 참고사항까지 샅샅이 살펴봤다.

공부를 하다 보니 요령도 생겼다.

“‘왜 그럴까’ 의문을 품고 그에 대한 답을 찾는 식으로 공부하면 무조건 외웠을 때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아요. 교과서를 큰 소리로 5번 이상 읽고 문제를 풀면 바로 문제부터 풀었을 때보다 정답을 맞히는 확률이 높아지고요.”

윤 군을 바라보는 학교 선생님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열심히 해보자”는 담임교사의 격려는 윤 군에게 좋은 약이 됐다. 여름방학 때도 윤 군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학교 시간표처럼 학습계획표를 세워 공부했다. 다른 학생들이 노는 방학 때야말로 성적을 따라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 윤 군은 토요일에도 스스로 학원에 나가 공부했다.

“2학기 기말고사 땐 시험 보는 날이 기다려졌어요. 그동안 내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모두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1학기 기말고사에서도 하위권(전교 280등)을 벗어나지 못했던 윤 군은 2학기 중간고사에선 전교 180등으로, 기말고사 땐 전교 120등으로 성적을 올려 마침내 꿈에 그리던 중위권에 입성했다.

“저 같은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하루 한 시간이라도 꾸준히 책을 읽으면서 공부 습관을 잡으라고요. 공부 습관만 잘 들여놓으면 성적을 올리는 건 시간문제니까요.”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 ‘우리 학교 공부 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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