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5.1% 전국 광역시중 최고 ‘부자도시’ 무색
지역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이 지난해까지 호황을 누리면서 ‘한국에서 최고 부자도시’로 불렸던 울산.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 4297만 원(2007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울산도 지난해 중반부터 불어닥친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없어서 못 팔 정도’였던 공장 용지도 지난달 처음으로 미분양을 기록했으며 실업률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 불황도시로 전락
3일 오후 7시경 울산 북구 진장동 식당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과 가까운 이곳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 3일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금요일이지만 손님이 없어 썰렁했다. 지난해 말까지 50여 개 좌석이 현대차 직원 등으로 매일 꽉 찼다는 한 횟집 주인(53)은 “요즘은 3분의 1만 채워져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곳 식당가의 불황은 현대차 직원들의 호주머니가 얇아진 때문이다. 현대차 7개 공장 가운데 아반떼 등 인기 차종을 생산하는 울산 3공장을 제외한 6곳은 일감 부족으로 휴무나 조업 단축, 또는 잔업과 특근 없는 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은 지난해에 비해 월급이 50만∼100만 원가량 줄어들었다. 노사는 지난달 31일 공장 간 물량 이동에 합의했지만 자동차 판매 부진이 장기화되면 이마저도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협력업체도 연쇄 부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SK에너지㈜는 나프타분해공장(NCC)을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7개월째 가동하지 않고 있다. 비닐과 섬유 등의 원료인 에틸렌 등을 만드는 이 공장이 선 것은 1962년 창사 이후 47년 만에 처음으로 내수와 수출 부진이 원인이다.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대부분 공장의 가동률은 올 들어 50% 안팎으로 줄었지만 판매 부진으로 공장 가동을 더 줄여야 할 판이다.
○ “공장용지도 안 팔려”
울산시는 지난달 말까지 울주군 온산읍 일원 신일반산업단지의 공장용지 19필지 44만3831m²를 분양했다. 당초 6개 업체가 분양신청을 했지만 분양계약을 한 업체는 3개사에 분양면적은 1만1000m²에 불과했다. 분양 대상 용지의 2.5%에 불과했다. 울산시는 조만간 울산하이테크밸리 등 3곳의 공장용지도 분양할 계획이지만 100% 분양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기업체들이 ‘공장용지를 달라’고 아우성을 칠 정도였던 울산에서 공장용지가 미분양될 줄은 솔직히 상상을 못했다”고 털어놨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울산의 실업률은 5.1%로 대구와 함께 전국 광역시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차 협력업체에 다니는 남편을 둔 주부 이모 씨(42)는 “모기업인 현대차의 조업 중단이 반복돼 남편이 혹시나 실직하지 않을까 두렵다”며 “지난달부터 두 아들의 학원을 모두 끊었다”고 말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