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 의구심 없이 하겠다” 진화
홍만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사진)은 ‘사정(司正) 피로감’을 언급한 자신의 발언을 두고 검찰이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지으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6일 “실기(失機)한 정의보다는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논란은 4일 홍 기획관이 브리핑을 통해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수사를 오래 끌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홍 기획관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사람을 부르지 않더라도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5일에도 “(수사팀의) 육체적인 피로감도 있고 너무 오래 끄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며 “과거 전직 대통령 수사 등을 봐도 몇 달씩 끌지 않았다. 수사가 길어지면 국민들도 피곤해진다”고 말했다.
홍 기획관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검찰 안팎에서는 “여권 실세와 검찰 간부들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수사가) 반팔 입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수사 장기화를 예고했던 것과 비교할 때 불과 한 달 사이에 태도가 달라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자 홍 기획관은 6일 브리핑에서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듬성듬성 해놓고 빨리 끝내자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수사를 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한 이야기였다”고 밝혔다. 또 “‘사정 피로감’ 발언에 대한 지적을 보며 ‘내 생각이 그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교만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앞으로 잘하라’는 뜻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한 점의 의구심도 갖지 않도록 잘하겠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