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억원 안팎 수수혐의
“정계은퇴후 받은 후원금” 해명
○ 김원기 前 국회의장
2004, 2006년에 베트남 방문
당시 참석자 “극진한 대우 받아”
박관용,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나란히 대검 중수부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 수사에서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박 회장의 문어발식 금품 로비가 국가 의전서열 2위인 입법부 수장에게까지 미쳤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2004년 3월 탄핵소추안 상정으로 ‘악연’이 있는 박 전 의장,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으로 꼽히는 김 전 의장이 함께 수사대상이 됐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두 사람 모두 6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계 원로다.
○ 박관용 전 의장 소환 조사
검찰은 박 전 의장을 6일 오전 소환 조사했다. 박 전 의장의 혐의는 2006년 4월경 박 회장에게 1억 원 안팎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박 전 의장은 16대 국회 후반기인 2002년 7월∼2004년 5월 국회의장을 지냈으며,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아 사실상 정계 일선에서 물러났다.
박 전 의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회장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회장이 내가 정치활동을 그만두고 21세기발전연구소를 설립한 뒤인 2006년 연구소에 몇 차례 후원금을 냈다. 연구소 후원금 외에 현직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에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박 전 의장이 박 회장에게서 받은 돈을 사실상 자신의 정치활동에 사용한 만큼 정치자금법 위반혐의 적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회장에게서 1억 원 안팎의 금품을 받은 지 한 달여 만인 2006년 5월 박 전 의장이 오랫동안 자신의 보좌관을 지낸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의 동래구청장 재선거 출마를 지원했다는 것. 박 전 의장은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총선 때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왔다고 한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 받은 금품을 정치자금으로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 김원기 전 의장 비서실장 체포
검찰은 2004∼2006년 김 전 의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덕배 전 열린우리당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6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의 혐의는 2004, 2005년경 박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수천만 원을 받았다는 것.
검찰은 이 돈과 김 전 의장의 관련성을 확인하고 있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김 전 의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김 전 의장은 2004년 6월부터 2년간 국회의장을 지냈다. 김 전 의장의 경우 국회의장 재임 때인 2004년 10월과 2006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베트남을 방문한 것이 주목을 받고 있다. 베트남에는 박 회장의 해외 사업체인 태광비나가 있다.
첫 번째 방문 때 김 전 의장은 태국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캄보디아를 방문하면서 베트남을 경유해 귀국했으며 두 번째 방문 때는 베트남만 들렀다. 당시 김 의장은 박 회장의 현지 공장을 방문했으며, 박 회장은 김 의장을 극진히 대우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이광재 의원(구속)이 2006년 6월 베트남 방문 때 태광비나 사무실에서 박 회장에게서 5만 달러를 받은 것과 유사한 일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김 전 의장은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