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에 이의제기해 과장급 대부분 구제… 별정직→일반직 추진
감사원으로부터 조직이 방대하다는 지적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원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막판에 시행령을 바꿔 당초 감축 대상에 들어 있던 별정직 직원을 구제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6일 행정안전부와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가 지난달 26일 마련한 ‘인권위 직제 개정안’ 시행령 원안(原案)은 ‘11개 과장급 중 홍보협력과장직만 별정직 공무원을 보임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인권위가 강력히 이의를 제기해 ‘8개 과장급에 별정직을 쓸 수 있다’로 바뀌었다. 현재 11개 과장급 중 8개 팀장이 별정직이다. 이들은 주로 참여연대와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광주시민연대 등의 단체 출신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의결됐다. 인권위는 금주 중 이를 토대로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정원은 208명에서 164명으로 44명(21%)이 줄고 조직은 5본부 22팀에서 1관 2국 11과로 개편된다. 하지만 막판에 시행령이 바뀌면서 인권위 핵심 별정직 8명은 대부분 남을 수 있게 됐다. 인권위는 이와 함께 별정직(28명)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의원이 입수한 인권위 ‘조직개편TF’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행안부와 적극 협의해 상반기 중 별정직의 일반직화를 추진한다’고 돼 있다.
신 의원은 “인권위는 행안부가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자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반발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청구했다”면서 “그러면서 뒤로는 행안부와 ‘이면 합의’를 해 핵심 좌파 간부들을 살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윤설아 사무관은 “인권 업무 특성상 전문가 출신의 별정직이 필요하고 행안부 안은 인사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돼 조정을 요청한 것”이라며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행안부 김형만 사회조직과장은 “인권위의 업무는 일반직 공무원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돼 별정직을 줄이려고 했지만 인권위가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반발해 비율을 재조정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인권위가 국민권익위원회 등과 업무가 중복되면서도 조직이 비대하다”며 조직 감축을 요구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