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 소식 감성적 전달 눈길
“큰맘 먹고 자료를 냈는데, 아무데도 안 났습니다. ‘낙종’했습니다.” 경남도 하승철 공보관(45·사진)은 최근 ‘세계군악의장 페스티벌을 인터넷 생방송으로 즐긴다’는 보도 자료를 제공했으나 신문과 방송에 전혀 반영되지 않자 ‘공보관 레터(편지)’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그가 한 달 전 시작한 이 공보관 레터가 언론계는 물론 지역 관가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새롭고 독특한 시도인 데다 ‘촌철살인’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는 이 편지를 경남도 출입기자와 언론사 관계자 등 50여 명에게 e메일로 보낸다. 지난달 초부터 그동안 15차례 발송했다. 인사말, 뉴스동향, 지사와 부지사 일정, 정책동향과 간부회의 내용, 예상 홍보자료, 기타 동향, 마무리 말 등으로 구성된다. A4 용지 3, 4장 분량으로 풍성하다. 도정(道政)을 평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공보관의 생각과 느낌, 분석도 담는다.
그는 최근호에서 경남도공무원노조가 ‘불필요한 일 없애기’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업무보고서를 만들지 않는다면 정보 공유는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또 진해시공무원노조의 ‘낙하산 인사’ 주장에 대해선 “억지와 생떼로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의 행동을 공무원이 배워서야 되겠나 싶다”고 강도 높게 꼬집었다. 특히 경남도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여성정책 및 장애인 시책과 관련한 기획기사를 공격적으로 제안하는가 하면 “일요일도 쉬지 못하는 지사님이 안쓰럽다”며 김태호 지사를 감싸기도 했다.
그는 “도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있지만 이를 잘 모르거나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며 “투명한 홍보로 행정의 신뢰를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6년 지방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으며 경남도 기획정책담당과 감사관 등을 거쳤다. 독서량이 많고 글 솜씨도 뛰어나 지방신문 고정 필진으로도 활약했다. 이 편지에 대해 한 기자는 “다양한 정보 제공이라는 순기능이 크지만 기자들의 시야를 일정 부분 고정시키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평가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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