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초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과학회의에서 발표된 한 연구논문은 2100년까지 해수면이 약 1m 혹은 그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2007년 발표한 연구결과를 통해 2100년 해수면이 59cm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로 인해 저지대에 살고 있는 전 세계 인구의 10%가량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지중해고등연구원 과학자들도 지중해의 수면이 금세기 말까지 61cm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쿠바의 지질연구소도 2050년경이면 쿠바 국토의 6%가 바다 밑으로 들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바닷속으로 완전히 침수될 것으로 예측돼 주민들이 다른 나라로 이주해야 할 상황이다. 미국의 일부 주정부는 해수면 상승으로 30∼60년 이내에 해안침식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 주택 신축을 제한하고 있다.
바닷물의 수위가 올라가면 폭우 때처럼 일시적인 침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바닷물에 계속 잠겨 있으면서 해안침식이 일어난다. 폭우가 내려 주택이 물에 잠기면 주민들은 피난을 가야 한다. 하물며 집이 바닷물에 잠겨 있다면 어떤 상황이 될지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도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과학재단 산하의 연구소가 해수면 1m 상승 시 침수 예상지역을 표시한 지도에는 한국의 해안지역도 상당수 포함됐다. 동해안의 침식이 심각하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고 실제로 해안침식으로 바닷가에 지어진 아파트가 붕괴위기에 처한 곳도 발견됐다.
지금도 해안을 따라 많은 개발사업이 계획되고 있다. 이런 개발사업이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얼마나 어떻게 받을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앞으로 바다와 가까운 이른바 해안도시를 만들 경우 도시계획 수립 과정부터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설계 및 건축대책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