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한반도, 토종커피 마실날 온다?

  • 입력 2009년 4월 8일 02시 58분


《지구온난화라고 하면 부정적인 전망과 관측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온난화가 항상 비관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 북한강변에 가면 유럽의 고성을 연상케 하는 붉은색 건물이 눈에 띈다.

국내 최초의 커피 전문 박물관인 ‘왈츠와 닥터만’이다.

박물관에는 커피의 특징과 역사, 문화 등을 기록한 자료와 유물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3층 온실에는 커피나무 50그루가 자라고 있다.

모두 고급 원두커피인 아라비카종이다.

커피나무의 떡잎부터 열매까지 생장과정 전체를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커피 재배온실이다.》

○ 영상 6도까지 견디는 커피나무

커피는 남북위 25도 사이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열대작물이다. 보통 11도에서 26.5도 사이의 기온 분포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다. 겨울철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한국에서는 재배가 불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박종만 관장은 10여 년 전부터 커피 재배를 시도하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 땅에서 커피를 수확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이를 위해 매년 온실의 기온을 조금씩 낮춰가면서 커피나무의 내한성(耐寒性)을 키우고 있다. 지금까지 기록은 영상 6도. 하와이 코나지방에서 가져온 커피나무는 12년째 큰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다. 물론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보통 한 해 겨울을 나면 생존율이 10% 남짓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예기치 않은 추위로 수십 그루가 죽어나갔다.

한의 학예실장은 “50그루를 시험하면 그중에 12%(6그루) 정도만 산다”며 “커피 재배는 아직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관장은 지구온난화 때문에 언젠가는 한국에서도 커피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관장은 “아마 100년 뒤에도 커피는 우리 문화의 한 가지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그때는 우리 땅에서 난 우리 커피를 마시는 것이 내 소원”이라고 말했다.

○ 10여 개 벼 품종 2기작 경쟁

전남 목포시 무안군 청계면 사마리 일대의 논 150m²에는 벌써 모내기가 끝났다. 주변의 다른 논은 모내기는 고사하고 이제 논갈이가 막 시작됐다. 보통 이 지역의 모내기철은 5월 하순에서 6월 초순까지다. 모내기가 앞당겨진 것은 벼 2기작 시험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한 해 쌀을 두 번 생산하는 벼 2기작을 올해 처음으로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경기 일부 지역에서 비닐하우스 논이나 공장에서 배출된 온수를 이용해 이른 모내기를 실시한 적은 있다. 그러나 자연 상태에서의 2기작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안군 외에 전북 익산시 송학동 시험포장 250m²에도 같은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추위에 강하고 가장 빨리 이삭이 패는 조생종 ‘둔내벼’를 비롯해 10여 개 벼 품종이 2기작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번에 모내기한 벼는 빠르면 7월 하순경 수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농진청은 곧바로 똑같은 품종을 다시 모내기해 연내 두 번 쌀을 생산할 계획이다. 연말에는 생산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기후에 가장 적합한 2기작용 벼 품종을 선정할 방침이다.

고재권 벼육종재배과장은 “남부지역에서는 2기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식량 생산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2기작 재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 제주는 열대·아열대작물의 천국

제주는 지역에 따라 아열대부터 고산대까지 다양한 기후분포를 보이고 있다. 같은 제주에서도 온도 및 강수량이 다르게 나타난다.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기에는 최적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이곳에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온난화센터)가 문을 열었다. 기존의 난지농업연구소가 조직과 이름을 바꿔 새롭게 탄생했다.

온난화센터에서는 열대 및 아열대 작물과 과일의 시험재배가 한창이다. 과일과 채소 각 10여 개 품종이 현재 센터에서 자라고 있다. 일부는 이미 토착화에 성공했다. 대표적인 열대과일인 망고의 경우 이미 2007년 한 해에만 제주지역에서 345t이 생산됐다.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용과도 20여 가구 이상의 농가에서 재배 중이다. 용과는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다.

아티초크는 지중해가 원산지로 간이나 신장에 좋은 고급 채소다.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오크라 역시 강장효과가 있어 인기가 높은 채소다. 온난화센터는 아티초크와 오크라 시험재배를 거쳐 본격적인 수확량 늘리기에 나섰다. 지난해부터는 카레의 원료인 강황도 본격적인 시험 재배 중이다.

문두경 기획실장은 “농업분야에서의 기후변화 대응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조직 구축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온난화에 대비해 열대와 아열대작물 기술개발과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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