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깨끗한 척 하더니… 거짓임을 자인”

  • 입력 2009년 4월 8일 02시 58분


민주 “재보선 앞두고… 盧, 끝까지 안도와줘”

李대통령 보고 받고 아무런 언급 안해

■ 정치권-靑 반응

노무현 전 대통령이 7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자 민주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공천 문제로 당이 어수선한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자백까지 터져 나와 엎친 데 덮친 격의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한나라당 등은 도덕성을 내세웠던 노 전 대통령의 본모습이 드러났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은 이날 “‘박연차 리스트’ 수사는 여든, 야든 한 점 의혹 없이,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공개되고 수사돼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견해”라는 내용의 한 줄짜리 대변인 논평만 낸 뒤 말을 아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두고 ‘표적수사’ ‘야당 탄압’ 등으로 수사의 공정성을 문제삼아 왔던 터여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줄곧 각종 의혹에 대해 침묵하다 4·29 재·보선 직전에 실토한 데 대해 원망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한 핵심 관계자는 “하필 이런 때 털어놓다니, 노 전 대통령은 정말 끝까지 도와주질 않는다”고 푸념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재임 시절 도덕적으로 깨끗했다는 태도가 거짓이었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이번 수사를 두고 공안 탄압이니 야당 탄압이니 하며 적반하장식 공세를 취한 것 역시 잘못을 잘못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염치없는 태도였다는 것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대통령부터 이렇게 속속들이 썩었으니 다른 사람을 말해 뭣하겠느냐”며 “‘사람 사는 세상’(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 명칭)이 아니라 ‘구정물이 흐르는 세상’의 왕초 노릇을 했던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청와대는 “우리가 코멘트할 사안이 아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 정상회의 준비 회의를 주재하던 중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나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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