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 택시 기본요금 500원 올려 2400원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6월부터 적용… 모범택시-버스-지하철은 동결

서울 일반택시의 기본요금이 현재 1900원에서 6월 1일부터 2400원으로 500원 오른다.

서울시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급등으로 요금을 12.6% 인상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기본요금만 따지면 26.3%가 인상된 것이지만 거리+시간 요금을 동결했기 때문에 인상폭은 10%대가 됐다.

시는 “택시의 km당 운송수입과 운송원가를 분석한 결과 16.8%는 올려야 되지만 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 2005∼2008년 물가상승률(12.7%)보다 낮은 12.6%를 인상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요금을 올리기에 앞서 승차거부, 난폭운전 등 질 낮은 서비스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 거리요금은 현행 수준 유지

서울의 택시 요금은 2005년 인상된 뒤 3년 넘게 동결돼 왔다. 하지만 이번 인상으로 서울 일반택시의 기본요금은 부산이나 대구(2200원), 대전(2300원) 등 다른 광역시와 비교할 때 가장 높다. 반면 모범택시 요금은 현행과 똑같이 기본요금 4500원(3km 기준)으로 유지된다. 시는 올해 버스와 지하철 요금도 동결하기로 했다.

시는 기본요금을 인상하는 대신 주행거리에 따라 올라가는 거리요금(144m당 100원)과 시간요금(35초당 100원)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서울시 김상범 도시교통본부장은 “서울 택시 운송수입의 66%는 평균 주행거리(5km)보다 먼 거리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거리요금을 올리면 기사들이 장거리 고객을 더 선호하게 돼 승차거부 문제가 심해질 수 있다”며 “다른 광역시는 기본요금과 함께 거리요금도 인상했기 때문에 평균 인상률이 대개 20%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와 함께 서울시계를 벗어날 때 책정했던 시계 할증 20%를 폐지하기로 했다. 시계할증료가 폐지되는 도시는 의정부, 고양, 김포, 부천, 광명, 안양, 과천, 성남, 하남, 구리, 남양주 등 11개 도시다. 심야 할증 20%(밤 12시∼오전 4시)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시는 이달 중에 시의회의 의견청취와 5월 물가대책위원회 심의, 그리고 시민들의 의견을 취합한 뒤 6월 1일 0시를 기해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 요금 오르는 만큼 서비스 개선해야

시는 택시의 요금 인상을 허용하는 대신 서비스 개선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까지 모든 택시에서 금연을 실시하고 운전기사가 깔끔하고 세련된 복장을 갖추도록 했다. 또 모든 법인택시에 카드결제기를 장착할 수 있도록 가입비와 관리비를 지원하고 브랜드 콜택시 가입도 유도한다. 택시운전사들의 처우는 이번 요금 인상분에다 부가가치세 추가 환급금까지 고려하면 10% 정도는 임금이 올라갈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택시업계는 불만스럽기는 하지만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윤사중 전무는 “LPG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최소 26%는 올려야 한다고 시에 건의했지만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무리하게 요구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한규섭 사무국장도 “택시운전사들이 굉장히 열악한 처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시민들이 우리 처지에 관심을 좀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원 박상진 씨는 “밤에 택시를 잡으려다 포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물론 올려야 할 상황이라면 올려야겠지만 요금에 걸맞은 서비스가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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