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취업사관학교]<3>한국항공전문학교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한국항공전문학교 항공운항과 학생들이 여객기 내부와 똑같이 꾸며진 강의실에서 박인주 교수(오른쪽에서 세 번째)로부터 비상 대응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학교는 실습과 인성을 강조한 교육으로 취업률을 높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한국항공전문학교 항공운항과 학생들이 여객기 내부와 똑같이 꾸며진 강의실에서 박인주 교수(오른쪽에서 세 번째)로부터 비상 대응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학교는 실습과 인성을 강조한 교육으로 취업률을 높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실무 매뉴얼’ 펼쳐놓고 수업 진행

직장내 처세도 정규 과목에 포함

“이론만 배워선 소용없어”

실습-사례분석 위주 교육

매년 90% 이상 취업 성공

매일 오전 8시 30분이 되면 서울 동대문구 용두사거리 앞에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소리가 울려 펴진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젊은 남녀 40명의 정중한 인사에 처음 본 행인들은 놀라지만 주민들에게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용두사거리의 한국항공전문학교 학생 2500여 명이 매일 돌아가면서 인사연습을 하는 장면이다. 직무 태도와 인성을 중시하는 이 학교의 정체성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모습이다.

올해 항공운항과를 졸업해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근무 중인 양송희 씨(21)는 “실습 위주의 수업과 올바른 직무 태도를 강조한 학교생활 덕분에 직장생활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직장 같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더 어려웠던 것 같다”며 웃었다.

한국항공전문학교는 전문대나 4년제 대학이 아닌 노동부에 등록된 직업전문학교다. 즉 입학할 때부터 취업을 목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관이다. 평생교육기관으로 인증을 받아 80점을 얻으면 학점은행제도에 따라 전문학사 학위도 받을 수 있다.

학교가 강조하는 것은 두 가지. 직장 생활에 필요한 인성과 실무 능력이다. 3일 항공사 실습생 선발에 대비해 오후 늦게까지 연습을 하던 엄태나 씨(19)는 “학교에 있을 때도 직장 생활을 하는 것처럼 유니폼을 입는 것은 기본이고 평소 대화나 발표 때도 교수님들이 수업시간 때처럼 지적해 주신다”고 말했다.

인사나 옷 입는 법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이 학교는 2006년부터 ‘직무인성교육’을 아예 정규 과목으로 편성했다. 신입사원이 갖춰야 할 기획력, 정보력, 보고 요령은 물론이고 거절하기, 비판에 대처하기 등 처세 및 의사소통에 관한 기본 지식을 가르친다. 성격 검사를 통해 학생의 유형을 분류하고 상사의 성격에 따른 대화법까지 교육 내용에 포함된다. 4학기 내내 직무인성교육은 필수로 들어야 하고 매 학기 시험에 통과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손석표 교육혁신처장은 “취직을 하고도 그만두는 학생이 많아 원인을 파악해 보니 직장 상사와의 적응이 가장 문제였다”며 “사소한 문제로 직장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교수 100여 명이 참여해 사례 위주로 교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항공운항학부와 호텔관광학부, 항공엔지니어학부, 항공경영학부 아래 17개 학과가 있다. 실무능력 배양을 위해 모든 수업은 이론서와 함께 실무 매뉴얼로 진행된다. 항공기체 과목을 배울 때는 교과서와 함께 보잉 747-400의 영문 정비 매뉴얼을 함께 펼쳐놓고 배운다. 현장과 똑같은 환경을 갖춘 학교직영 실습장도 갖추고 있다. 학교 인근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올리브’에서 조리학과 학생이 수석 조리사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서빙을 한다. 커피숍, 미용실, 피부관리실, 북카페, 베이커리 등 다양한 실습장이 있다. 경기 용인시에는 항공기 정비공장을 두고 있다.

항공운항과 학생들은 평소 비행기 내부와 똑같이 만들어진 강의실에서 자주 수업을 받는다. 최근엔 아예 여객기 1대를 임차했다. 박인주 교수는 “항공운항에 가장 중요한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 기내수업을 한다”고 말했다.

1990년 한국항공학원으로 시작한 이 학교는 2001년 항공전문학교 설립인가를 받았다. 매년 90% 이상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이 학교는 소개했다. 항공운항과는 지난 5년간 평균 취업률이 95%를 넘었다. 모두 객실승무원이 되는 것은 아니고 지상승무원으로 많이 선발되는 편이다. 대기업의 비서직으로도 많이 진출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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