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대통령 “내 진실은 檢 프레임과 다르다” 홈피에 글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나는 개혁적, 너는 부패’ 盧의 이중적 프레임

노무현 전 대통령은 8일 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의 금품 수수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7일 올린 사과문에 이어 두 번째다.

노 전 대통령은 “제가 알고 있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프레임이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검찰 수사가 진실을 제대로 꿰뚫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넌지시 암시한 표현으로 읽혀진다. 정치권에선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글이 논쟁을 좋아하는 성격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검찰에다가 “내가 볼 때는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 한번 다퉈보자”는 도전장을 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재임 시절 기자실 폐쇄 같은 극단적인 조치로 여론의 반발에 부닥칠 때마다 청와대 인터넷에 글을 올리곤 했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 측근 비리 혐의가 드러날 때마다 “사실과 다르다”고 맞서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면 “도대체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본질을 흐리면서 자신의 주장을 강변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2003년 10월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대선 후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SK그룹에서 11억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을 때 노 대통령은 “아직도 신뢰를 거두기 어렵고 돈의 용도에 대해 선의를 믿고 있다”며 그를 감쌌다. 2003년 5월 386 최측근인 안희정 씨가 대선 후 기업에서 받은 2억 원을 유용해 자신의 아파트를 산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을 때도 노 전 대통령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2007년 8월 검찰이 대통령 측근인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세무조사 무마 연루 의혹이 드러나고 검찰이 보완수사를 발표했을 때도 “깜이 안 되는 의혹이 춤을 추고 있다” “꼭 소설 같다”며 검찰 수사를 비난했다.

정치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검찰을 대하는 이 같은 태도가 ‘도덕적 이중성’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자신과 측근들을 개혁 세력으로 규정하는 대신 자신과 맞서는 세력은 부패 세력으로 단정했다. 그러면서 판단의 잣대도 극명하게 달랐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인 2003년 12월 노 전 대통령은 “내가 한나라당이 쓴 불법 대선자금의 10분의 1보다 더 썼다면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10을 받았든, 1을 받았든 똑같은 범법 행위이지만 규모를 놓고 상대방을 더욱 부도덕한 것으로 몰아간 것이다. ‘겨우 10분의 1밖에 받지 않은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라는 식의 대응이다. 대검 중수부가 ‘노무현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한나라당(823억 원)의 8분의 1가량인 119억 원이라고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노 전 대통령은 “성격에 약간의 논란이 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것이 포함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당초 인식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친노계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은 평소 검찰을 개혁대상이자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여겼다”며 “특유의 현란한 화법으로 자기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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