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쏜 로켓이 여기 떨어졌나” 수군
“북한이 쏜 로켓이 봉하마을에 떨어졌나? ‘불난 집’ 옆에 웬 산불까지….”
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은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의 ‘부적절한’ 돈거래로 노 전 대통령 부부의 검찰 소환이 임박했다는 소식에다 이날 오후엔 사저 뒤편 봉화산(해발 140m)에 산불까지 나면서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했다.
마을 주민과 관광객들은 “이게 무슨 불길한 징조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이 봉화산 정기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속설도 있었던 터라 주민들이 받은 심리적 동요는 더욱 컸다. 광주에서 온 관광객 김모 씨(60)는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검찰 조사가 임박한 어수선한 시기에 마을 뒷산에서 불까지 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산불은 오후 1시 20분경 봉화산 8분 능선에 있는 사찰인 정토원 부설 청소년수련관 인근에서 발생했다. 발화 추정 지점과 사저와의 거리는 직선으로 300m가량밖에 되지 않지만 바람이 동북풍이어서 사저나 마을 쪽으로는 번지지 않았다. 정토원과 수련관 등 시설물 피해도 없었다. 산림청 헬기 3대와 경찰, 공무원 등이 동원돼 진화작업에 나선 끝에 오후 3시경 불길을 잡았다.
선진규 봉화산 정토원장(옛 열린우리당 경남도당위원장)은 “건조한 날씨이긴 하지만 봉화산에 불이 날 이유가 없다”며 “누군가 방화하지 않았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김해경찰서는 등산객의 실화나 담뱃불 때문에 불이 난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김해시는 산불 예방 활동에서 담당 공무원의 근무태만이 확인되면 공무원을 직위해제 할 방침이다.
사저 근처에서 산불이 났지만 노 전 대통령 부부는 이날도 두문불출한 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전 7시 반경 사저 정원에서 잠시 거닐었을 뿐이다. 8일과 달리 방문객은 전혀 없었고, 취재진만 북새통을 이뤘다.
취재진이 망원렌즈로 촬영을 시도하자 노 전 대통령의 김경수 비서관은 “사저 내부는 사적인 생활공간인데도 계속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노 전 대통령 내외를) 집 안에 가둬 놓겠다는 것과 같다”며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 방송사는 이날 낮 헬기로 사저 상공을 5분 동안 선회하며 촬영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의 큰딸 지은 씨가 이날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아버지를 면회했다. 부인 민미영 씨는 10일 면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 씨는 한 달의 절반가량을 서울에 머물며 남편의 옥바라지를 하고 있다.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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