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세련미 - 민주 감성적 - 선진 친근함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왼쪽)은 밝고 명쾌한 목소리가 강점이었고,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가운데)은 감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좋은 음성을 가졌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정확한 발음과 친근함이 돋보였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왼쪽)은 밝고 명쾌한 목소리가 강점이었고,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가운데)은 감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좋은 음성을 가졌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정확한 발음과 친근함이 돋보였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3당 女대변인 목소리 과학으로 풀어보니

충북도립대 조동욱 교수팀 음성분석

한나라 조윤선 밝고 명쾌한 목소리 얄밉게 들릴 수도

민주 김유정 호소력 좋지만 자신만의 개성 부족

선진 박선영 정확한 발음 구사 말 늦어 때론 답답

《18대 국회에서 여야 3당은 모두 당 대변인에 초선의 여성 의원을 배치했다. 한나라당 조윤선, 민주당 김유정,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이 그들이다. 이들은 당의 ‘얼굴’로서 외모는 물론이고 헤어스타일, 옷차림 등 여러 측면에서 비교의 대상이 됐다. 그렇다면 본연의 역할인 당의 ‘입’으로서 목소리 경쟁력은 어떨까. 충북도립대 생체신호분석연구실의 조동욱 교수팀에 이들의 음성 분석을 의뢰해 비교해 봤다.》

○ “조윤선 밝고 명쾌”

조 대변인은 밝고 명쾌한 목소리가 강점이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은 음성 대역폭과 목소리 파형(波形)의 높낮이를 나타내주는 진폭이다. 대역폭이 클수록 음을 골고루 사용하고 진폭이 클수록 높낮이 조절이 뛰어나다. 조 교수는 “대역폭이 큰 것은 오페라에서 소프라노 알토 등 여러 음색이 골고루 모여 듣기 좋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조 대변인은 음성 대역폭과 진폭이 모두 높았다. 특히 대역폭(1만3275Hz)은 일반인의 평균치(5000∼1만Hz)는 물론이고 두 야당 대변인보다 훨씬 높았다. 조 대변인은 “학창 시절 반장을 하며 운동장에서 구령을 붙일 때가 많았는데 이때 훈련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었다. 이는 초당 성대의 떨림을 나타내는 피치의 최댓값과 최솟값의 차가 적을수록 좋은데, 조 대변인은 239.70Hz로 다른 두 대변인보다 적었다. 조 교수는 “똑 부러지는 목소리에다 감정이입이 적고 절제돼 있다 보니 다소 냉정하고 얄미워 보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 “김유정 감성을 싣기 좋아”

김 대변인은 골고루 좋은 점수를 얻었다. 김 대변인은 발음의 친밀도, 정확도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말의 빠르기를 나타내는 발화속도(초당 4.04자)가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김 대변인은 발음의 정확성에선 조 대변인보다 좋고, 감정 조절력에선 박 대변인보다 좋다. 하지만 다른 대변인보다 뚜렷하게 좋은 대목이 없어 자신만의 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목소리의 안정성은 다소 낮게 나왔다. 조 교수는 “목소리가 다소 불안정한 측면이 있지만 말의 빠르기가 일반인과 비슷하고 발음의 친밀도와 정확성이 좋아 감성을 실어 전달하는 대목에선 강점을 가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올해 1월 국회에서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와 관련한 대정부질문 도중 눈물을 글썽이며 정부 관계자에게 맹공을 퍼부어 감성적 호소력을 과시한 바 있다.

○ “박선영 발음 정확하고 친근”

박 대변인은 가장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며 친밀도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음의 정확도와 친밀도는 각각 진폭의 변화에 대한 규칙성을 나타내는 지머 값과 성대의 이상 유무를 가리키는 지터 값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이들 수치가 적을수록 좋다. 박 대변인의 지머 값과 지터 값은 각각 0.82dB, 1.43%로 가장 낮았다.

반면에 말의 빠르기는 초당 3.59자로 일반인의 평균치(초당 3.7∼4.0자)보다 훨씬 낮았다. 조 교수는 “천천히 또박또박 정확하게 발음하기 때문에 대중에겐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그러나 친밀도가 높아 정치인이 아니라 친근한 이웃 같은 이미지를 주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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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윤상현+조윤선 “감정 절제하고 냉정”

민주 노영민+김유정 “서로 부족한 점 보완”

선진 이명수+박선영 “투박하되 부담 적어”

■ 3당 남녀 대변인 궁합은

여야 3당의 남녀 대변인 커플의 ‘목소리 궁합’은 어떨까. 조동욱 교수는 각 당의 대변인 커플마다 특유의 캐릭터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의 두 대변인은 모두 감정을 절제하는 세련되고 냉정한 커플이다. 윤상현 대변인은 조윤선 대변인처럼 음성 대역폭과 진폭이 높았다. 또 피치의 최댓값과 최솟값의 차이가 120.06Hz으로 낮게 나와 400Hz를 넘나드는 야당의 두 남자 대변인보다 감정 조절 능력이 월등하게 좋았다. 조동욱 교수는 “여당 대변인들이다 보니 야당의 공세에 맞서 의연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목소리에 작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두 대변인은 각자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이상적인 커플이다. 노영민 대변인은 목소리의 안정성이 높고 음성의 패턴이 규칙적이어서 침착한 분위기를 갖지만 다소 밋밋하게 들릴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음의 정확성과 친근감도 다소 낮았다. 발음의 정확성과 친근감이 높고 목소리의 안정성이 낮은 김유정 대변인과 대조적이다. 조 교수는 “두 사람이 사안별로 나눠 맡는다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팀”이라고 분석했다.

자유선진당의 두 대변인은 모두 말이 느렸다. 이명수 대변인은 박선영 대변인처럼 다른 남성 대변인보다 말의 속도가 가장 느렸다(초당 4.25자). 발음의 안정성과 감정조절 능력도 낮게 평가됐다. 조 교수는 “이들의 목소리는 정제되지 않고 다소 투박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대중에게 정치적 부담 없이 친근하게 다가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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