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립대 조동욱 교수팀 음성분석
한나라 조윤선 밝고 명쾌한 목소리 얄밉게 들릴 수도
민주 김유정 호소력 좋지만 자신만의 개성 부족
선진 박선영 정확한 발음 구사 말 늦어 때론 답답
《18대 국회에서 여야 3당은 모두 당 대변인에 초선의 여성 의원을 배치했다. 한나라당 조윤선, 민주당 김유정,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이 그들이다. 이들은 당의 ‘얼굴’로서 외모는 물론이고 헤어스타일, 옷차림 등 여러 측면에서 비교의 대상이 됐다. 그렇다면 본연의 역할인 당의 ‘입’으로서 목소리 경쟁력은 어떨까. 충북도립대 생체신호분석연구실의 조동욱 교수팀에 이들의 음성 분석을 의뢰해 비교해 봤다.》
○ “조윤선 밝고 명쾌”
조 대변인은 밝고 명쾌한 목소리가 강점이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은 음성 대역폭과 목소리 파형(波形)의 높낮이를 나타내주는 진폭이다. 대역폭이 클수록 음을 골고루 사용하고 진폭이 클수록 높낮이 조절이 뛰어나다. 조 교수는 “대역폭이 큰 것은 오페라에서 소프라노 알토 등 여러 음색이 골고루 모여 듣기 좋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조 대변인은 음성 대역폭과 진폭이 모두 높았다. 특히 대역폭(1만3275Hz)은 일반인의 평균치(5000∼1만Hz)는 물론이고 두 야당 대변인보다 훨씬 높았다. 조 대변인은 “학창 시절 반장을 하며 운동장에서 구령을 붙일 때가 많았는데 이때 훈련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었다. 이는 초당 성대의 떨림을 나타내는 피치의 최댓값과 최솟값의 차가 적을수록 좋은데, 조 대변인은 239.70Hz로 다른 두 대변인보다 적었다. 조 교수는 “똑 부러지는 목소리에다 감정이입이 적고 절제돼 있다 보니 다소 냉정하고 얄미워 보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 “김유정 감성을 싣기 좋아”
김 대변인은 골고루 좋은 점수를 얻었다. 김 대변인은 발음의 친밀도, 정확도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말의 빠르기를 나타내는 발화속도(초당 4.04자)가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김 대변인은 발음의 정확성에선 조 대변인보다 좋고, 감정 조절력에선 박 대변인보다 좋다. 하지만 다른 대변인보다 뚜렷하게 좋은 대목이 없어 자신만의 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목소리의 안정성은 다소 낮게 나왔다. 조 교수는 “목소리가 다소 불안정한 측면이 있지만 말의 빠르기가 일반인과 비슷하고 발음의 친밀도와 정확성이 좋아 감성을 실어 전달하는 대목에선 강점을 가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올해 1월 국회에서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와 관련한 대정부질문 도중 눈물을 글썽이며 정부 관계자에게 맹공을 퍼부어 감성적 호소력을 과시한 바 있다.
○ “박선영 발음 정확하고 친근”
박 대변인은 가장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며 친밀도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음의 정확도와 친밀도는 각각 진폭의 변화에 대한 규칙성을 나타내는 지머 값과 성대의 이상 유무를 가리키는 지터 값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이들 수치가 적을수록 좋다. 박 대변인의 지머 값과 지터 값은 각각 0.82dB, 1.43%로 가장 낮았다.
반면에 말의 빠르기는 초당 3.59자로 일반인의 평균치(초당 3.7∼4.0자)보다 훨씬 낮았다. 조 교수는 “천천히 또박또박 정확하게 발음하기 때문에 대중에겐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그러나 친밀도가 높아 정치인이 아니라 친근한 이웃 같은 이미지를 주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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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윤상현+조윤선 “감정 절제하고 냉정”
민주 노영민+김유정 “서로 부족한 점 보완”
선진 이명수+박선영 “투박하되 부담 적어”▼
■ 3당 남녀 대변인 궁합은
여야 3당의 남녀 대변인 커플의 ‘목소리 궁합’은 어떨까. 조동욱 교수는 각 당의 대변인 커플마다 특유의 캐릭터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의 두 대변인은 모두 감정을 절제하는 세련되고 냉정한 커플이다. 윤상현 대변인은 조윤선 대변인처럼 음성 대역폭과 진폭이 높았다. 또 피치의 최댓값과 최솟값의 차이가 120.06Hz으로 낮게 나와 400Hz를 넘나드는 야당의 두 남자 대변인보다 감정 조절 능력이 월등하게 좋았다. 조동욱 교수는 “여당 대변인들이다 보니 야당의 공세에 맞서 의연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목소리에 작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두 대변인은 각자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이상적인 커플이다. 노영민 대변인은 목소리의 안정성이 높고 음성의 패턴이 규칙적이어서 침착한 분위기를 갖지만 다소 밋밋하게 들릴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음의 정확성과 친근감도 다소 낮았다. 발음의 정확성과 친근감이 높고 목소리의 안정성이 낮은 김유정 대변인과 대조적이다. 조 교수는 “두 사람이 사안별로 나눠 맡는다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팀”이라고 분석했다.
자유선진당의 두 대변인은 모두 말이 느렸다. 이명수 대변인은 박선영 대변인처럼 다른 남성 대변인보다 말의 속도가 가장 느렸다(초당 4.25자). 발음의 안정성과 감정조절 능력도 낮게 평가됐다. 조 교수는 “이들의 목소리는 정제되지 않고 다소 투박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대중에게 정치적 부담 없이 친근하게 다가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