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 대학 동기동창
박연차 구명 위해
여권 ‘연결고리’ 의혹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지난해 7∼11월 진행됐던 국세청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현 여권 인사들에게 로비를 시도한 의혹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사진)을 최근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져 천 회장의 박 회장 구명로비 의혹의 실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내에서는 “천 회장에 대한 수사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대선 당시 이 대통령에게 선거자금을 빌려줄 정도로 친분관계가 깊어 여권 내에서는 “천 회장의 요청은 감히 거절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천 회장은 지난해 태광실업 및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로 벼랑 끝에 몰렸던 박 회장의 구명 로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로비 대상은 현 정권 실세들이었을 것이라는 의혹 때문에 그 불똥이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천 회장은 박 회장과는 수십 년 지기로 알려져 있지만 고려대 61학번으로 이 대통령의 대학 동기동창이자 핵심 후원자라는 점도 부각돼 있다. 한때 ‘대통령과 직접 통하는 유일한 기업인’이라는 평이 천 회장의 위세를 표현하는 말이었지만 최근에는 박 회장 사건에 이름이 자주 거론되면서 여권 내에서는 그런 평가를 껄끄러워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대해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말한 데에 ‘성역’은 바로 천 회장을 지목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천 회장은 지난달 ‘박연차 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은 한나라당 박진 의원을 박 회장에게 소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검찰이 출국금지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팀 주변에선 “천 회장을 출발점으로 한 새로운 로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사정 성격으로 시작한 검찰 수사가 부메랑이 돼 현 정권 인사들을 겨누고 있다는 얘기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당시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이 대책팀을 꾸리고 천 회장이 세무조사 무마 대책회의에 참여했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함께 2억 원을 받은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을 10일 구속 기소하면서 박 회장을 위한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추 전 비서관) 기소 이후에도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추 전 비서관이 이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에게 박 회장 선처를 부탁했다고 진술한 데 대해서도 검찰은 “의구심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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