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署 “아는 경찰관들 있어 조사때 도움받으려 한 듯”
2006년 법조비리 사건 때 서울 강남경찰서 전현직 경찰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했던 수입카펫 판매업자 김홍수 씨(60)가 위증 혐의로 고소당하자 주소지를 위장 이전해 사건을 강남경찰서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김 씨가 사건을 유리하게 처리하기 위해 ‘특별한 인연’이 있는 강남경찰서로 이송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9일 서울 송파경찰서와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9월 위증 혐의로 고소돼 송파경찰서가 출석을 요청하자 “주소지는 송파구지만 실제 거주지는 강남구이고, 그곳으로 주소를 이전했다”며 그해 10월 말 이송신청을 냈다. 경찰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강남구의 새 주소지에는 김 씨가 거주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내규에 따르면 지방경찰청 권역 내에서의 사건 이송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피의자 주거지가 현 관할서에서 지나치게 멀거나 주소지를 이전했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주소지 이전도 김 씨의 경우처럼 송파경찰서에 바로 인접한 강남경찰서로 사건을 옮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 씨는 사건이 강남경찰서로 이송된 뒤 조사에 응하지 않다 2월 피고소인 신분으로 간단한 조사만 받았다. 이후 전립샘 비대증 입원서류 등을 제출해 조사 연기를 요청한 상태다.
사건을 이송받은 강남경찰서 조사관은 “송파경찰서에 ‘코앞인데 왜 우리한테 사건을 넘기느냐’고 항의했으나 ‘서울경찰청에서 승인이 났다’고 해 조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 사건의 이송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해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1월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석 달 전 김 씨 사건의 이송신청서에 서명을 하고도 “김홍수라는 이름으로 고소된 게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김 씨가 한창 때 심어 놨던 경찰관들이 유리하게 조사해줄 것을 기대하고 강남경찰서로 사건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도 2006년에 김 씨 때문에 난리를 겪은 터라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내가 먼저 이송 신청을 한 것이 아니라 경찰이 주소 확인 과정에서 강남으로 파악해 옮겨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2005년 구속돼 복역 중 2006년 법조 비리 사건이 터져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검사, 경찰 총경 등 김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당시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국회의원 보좌관 김모 씨로부터 투자정보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로비자금을 전달했다”고 진술해 김 전 보좌관이 구속됐다. 김 전 보좌관은 이 부분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지난해 9월 김 씨를 위증 혐의로 고소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