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사하다 보면 바다도 만나고 산도 만나”

  • 입력 2009년 4월 11일 02시 56분


정상문 영장 기각… 檢“일정대로 수사 진행”

정상문, 해운사 로비 무죄

건설사 로비 무혐의 이어

이번에도 영장기각 ‘행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0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를 체포했다. 연 씨의 집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2008년 2월 22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연 씨에게 송금된 ‘500만 달러’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한 수사가 본류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이날 오전 1시 45분경 또 다른 핵심 수사 대상인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원에 이렇다 할 불만을 표시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은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으로 향하는 ‘관문’에 해당하는 인물이어서 수사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것만은 분명하다.

▽“수사 예정대로 간다”=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날 오전 10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수사를 하다 보면 바다도 만나고 산도 만난다.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큰 장애로 생각하지 않는다. 일정대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발부받았던 연 씨에 대한 체포영장은 예정대로 집행됐다. 검찰로서는 이미 박 회장의 진술과 여러 가지 정황증거로 2007년 6월 말 1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네진 부분은 거의 수사를 완료한 상황이다. 500만 달러 부분도 홍콩 사법당국에서 넘겨받은 APC 법인 계좌 자료 등을 바탕으로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을 구속한 뒤 노 전 대통령과 500만 달러의 관계를 추궁하려던 계획은 틀어졌지만, 큰 흐름에서 볼 때 결정적인 장애는 아니라는 얘기다.

▽정상문 영장 왜 기각됐나=정 전 비서관은 이날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여러 차례 구속될 뻔한 상황을 피해가는 ‘행운’을 누렸다. S해운 로비 사건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해 9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통령 기록물 유출 사건과 건설사 비리사건에도 거론됐지만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사법 처리되지 않았다.

정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을 심사한 서울중앙지법 김형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 기각 사유로 △범죄 사실 소명이 부족하고 △방어권 행사가 필요하며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구속영장에 적시된 정 전 비서관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였다. 박 회장에게서 3억 원의 현금과 백화점 상품권 1억 원어치를 받았다는 개인비리 부분과 2007년 6월 말 박 회장에게서 100만 달러를 건네받아 이를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부분이다. 100만 달러 부분은 노 전 대통령과 뇌물수수의 공범으로 간주돼 영장이 청구됐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것은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없이 정 전 비서관을 뇌물 공범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본 때문이다. 또한 정 전 비서관을 노 전 대통령의 공범이라기보다 100만 달러가 건네지는 과정에서 심부름을 한 ‘전달자’로 본 듯하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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