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준비 없었다” 74%
국내 은퇴자들은 본인이 희망하는 시점보다 6.7년 빨리 일터를 떠나고 있으며, 은퇴자 10명 중 6명은 은퇴준비 부족으로 현재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유로운 은퇴 후 생활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자녀들에 대한 지나친 투자였다.
10일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가 서울과 경기의 55세 이상 은퇴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은퇴자의 은퇴준비 과정 및 생활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퇴자들은 평균 63.0세에 물러나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6.7년 이른 56.3세에 은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들의 실제 은퇴연령은 직업에 따라 차이가 났다. 대기업 근로자의 은퇴연령이 55.1세로 가장 빨랐고 이어 중소기업 근로자(55.4세), 공무원·교직원(56.3세), 전문직(57.2세), 10인 이상 사업체의 자영업자(57.4세) 순이었다. 희망 은퇴연령은 공무원·교직원이 60.7세로 가장 빨랐다. 신세라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연구원은 “공무원은 노후소득이 어느 정도 보장되기 때문에 은퇴를 늦출 이유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응답자의 74.4%는 “은퇴하기 전까지 은퇴준비를 전혀 안 했다”고 답해 은퇴 후 삶에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50대부터 준비를 시작했다는 답변이 16.4%였고 40대 이전부터 준비했다는 응답자는 5.0%에 그쳤다. 또 은퇴 후의 소득은 은퇴준비를 시작한 시기에 따라 큰 차이가 났다. 40대 이전부터 준비한 이들의 현재 월 평균 소득은 238만 원인 반면 50대부터 준비한 사람은 210만 원, 은퇴 전까지 준비를 하지 않은 사람은 175만 원이었다.
특히 은퇴자 10명 중 6명은 준비 부족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2%는 준비자산이 부족해 “기초적인 생계조차 어렵다”고 답했고 49%는 “겨우 기초적인 생계유지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준비자산이 부족한 이유로는 ‘자녀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꼽은 응답자가 59.2%(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은퇴자들은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은퇴 관련 조언(복수 응답)으로 “은퇴 전 최대한 자산을 모아라”(57.7%), “노후를 자녀에게 의존하지 말라”(48.5%), “노후를 되도록 빨리 준비하라”(45.9%) 등을 제시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