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언어영역/추론적 사고의 이해(1)

  • 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6분


표현된 내용의 명확한 의미는?

표현과정에 개입된 요소들은?

표현된 내용들 사이의 관계는?

글 ‘내용-과정-구조’의 추론 체계적으로 연습!

《2010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몇 가지 원칙이 바뀔 모양이다. 과거에 출제했던 문항이라도 중요한 핵심 개념을 다룬 것이면 변형된 형태로 다시 출제할 수 있게 됐다. 언어영역의 비문학 지문에서는 내용이 똑같지 않는 한 핵심 주제어가 같은 지문을 출제하도록 ‘기출 배제’ 원칙을 일부 수정했다. 또한 각 문제지에 표지가 생겨 수험생이 감독관 몰래 시험지를 미리 보는 행동이 불가능해졌다.

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2004학년도 수능까지만 하더라도 언어영역의 평가요소는 ‘어휘력’ ‘사실적 사고’ ‘추리·상상적 사고’ ‘비판적 사고’ ‘논리적 사고’ 등으로 나뉘었다. ‘문장의 논리적 연결’ ‘글의 논리적 구조 파악’ ‘내용의 논리적 이해’ 등의 문제를 논리적 사고에, ‘내용의 추론적 사고’ ‘함축적 의미의 파악’ 등을 추리·상상적 사고에 집어넣었다. 그러다가 7차 교육과정에 들어서면서 추리·상상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를 합하여 ‘추론적 사고’라는 영역을 만들었다.

추론적 사고란 언어의 표현과 이해 과정에서 추론(推論)을 통하여 더 깊고 수준 높은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것은 설명문이나 논설문 같은 언어 표현의 내적 연관성을 종합하여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능력(종래의 논리적 사고)과 문학 작품 같은 언어 표현에서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해하는 능력(종래의 추리·상상적 사고)을 포함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펴낸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매뉴얼(2004)]에서는 추론적 사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매뉴얼] 발췌

논리적 추론은 언어 사용의 과정이 논리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특히 대학에서의 교육이 그 나름의 논리를 통한 객관적인 진리의 발견이라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이 능력을 측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하위 요소로는 논리적 규칙에 따른 정의의 방법과 정확한 개념의 연결, 언어가 갖는 모호성과 사고 과정의 오류를 배제하는 것 등이다. 또한 연역적 사고 과정이나 귀납적 사고 과정 같은 논리적 추론 과정도 측정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논리적 이해 능력을 설명하는 방식은 논리학적일 수도 있고 일반적일 수도 있으나,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자연 언어의 표현 형태를 통해 이 능력을 측정하도록 한다. 그 이유는 논리적 약호나 극도로 단순화된 공식에 가까운 형식을 묻는 방식은 논리학 지식의 암기에 치중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상상력을 동원하여 추론하는 능력은 독자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인 능력이다. 경험이나 사유 면에서 다른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독자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해하고 감상하는 것은 읽기 문학 영역의 기본적인 평가 목표다. 이 능력과 관련하여 내용, 과정, 구조의 추론이라는 세 측면을 측정하며, 사실적 사고 단계를 기반으로 삼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사실적 사고보다는 비중을 높여 측정한다.』

사실 추론적 사고는 사실적 사고보다 고차적인 사고능력을 측정한다. 비문학에서는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연역추론과 귀납추론을, 문학에서는 어렵다고 하는 작품에 나타난 함축적 의미와 화자의 심정 추측하기 등을 다룬다. 문두의 진술도 글 이면에 숨은 내용을 찾게 하는 문두인 ‘전제, 생략된 어구·내용 추리, 문맥 파악’을 사용하거나, 글 내용을 바탕으로 추론하게 하는 문두인 ‘적용 사례 찾기, 새로운 이론 구성, 다른 상황으로의 유추 적용’을 사용하고, 필자와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문두인 ‘의도 추리, 파급 효과의 예측’ 등을 사용한다.

추론적 사고의 구체적인 하위 평가 목표는 다음과 같다.

<표1> 추론적 사고의 하위 평가목표

우선 내용의 추론은 표현된 내용이나 표현되어야 할 내용에 대해 추론하는 과정을 통하여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하는 능력을 말한다. 비문학 제재는 명확한 주제의 전달이 일차적인 목표다. 따라서 내용의 관계를 분석하거나 설정하고, 그것을 통하여 그 밖의 사항까지 추론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측정 요소가 된다. 둘째, 과정의 추론은 표현된 내용이나 표현 과정에서 어떤 요소가 개입되었는가를 분석적으로 추론해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하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표현된 글에 담긴 전제(前提)나 태도를 분석하고, 어떤 사실을 표현하는 의도와 관점을 명확하게 하는 능력 등이 측정 요소가 된다. 문학 제재라면 장면이나 적절한 대화를 추리하거나, 두드러진 표현 기법을 찾거나 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비문학이라면 숨겨진 전제나 궁극적인 필자의 의도를 찾아내야 한다. 셋째, 구조의 추론은 표현된 내용이나 표현할 내용이 어떤 관계인가를 분석적으로 추론해 그 조직을 이해하거나 효과적으로 조직하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표현 방식을 분석하며, 이를 통해 그 의도를 파악하거나 의도에 맞게 표현하는 능력 등이 측정 요소가 된다. 특히 논설문은 사실과 의견의 구분이 매우 중요하므로 이런 추론적 능력이 매우 필요하다.

다음은 2009학년도 수능에 출제된 예술(음악) 지문이다. 여기에도 추론적 사고의 문제가 출제되었다. 특히 17번 문항이 추론적 사고의 대표적인 예다. 18번은 추론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의 복합적인 특성을 가지는 문항이다.

<예문>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16∼19번 지문(홀수형)

음악은 시간 예술이다. 회화나 조각 같은 공간 예술과는 달리, 음악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지는 음을 기억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작곡가들은 그 방법의 하나로 반복을 활용했다. 즉 반복을 통해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기억하여 악곡의 전체를 쉽게 파악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반복의 양상과 효과는 ‘비행기’와 같은 동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동요에서는 반복되는 선율이 노래를 하나로 묶는다.

무반주 성악곡을 즐겨 부른 르네상스 시대의 다성 음악 양식에서는 입체적인 효과를 주기 위한 기술적인 방법으로 ‘모방’을 선택했다. 이때 ㉠모방은 노래의 시작 부분에서 돌림노래와 비슷한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구현된다. 예를 들어 소프라노 성부의 노래에 뒤이어 알토 성부가 시간 차를 두고 같은 선율로 시작하는 반복 기법을 적용한다. 이렇게 돌림노래처럼 시작한 후에는 각 성부가 서로 다른 선율로 노래를 이어 간다. 이로써 다성 음악 양식에서는 성부의 독립성을 추구하면서도 통일감을 느끼게 해 주는 짜임새가 만들어졌다.

다성 음악의 시대를 지나 바로크 시대로 들어서면 성악 음악을 구현하는 데 모방은 더 이상 효과적인 기법이 아니었다. 이제 음악가들은 화성을 중시해서, 여러 성부로 이루어진 음악을 연주하기보다 화성 반주에 맞추어 하나의 선율을 노래하는 짜임새를 선호하게 되었다. 화성 반주의 악보 중에는 저음 성부에서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고음 성부에서는 선율이 반주에 맞춰 변화되는 이른바 장식적 변주가 나타난다. 이로써 반복의 일관성과 변주의 다양성을 통해 조화된 아름다움을 이루게 되었다.

고전 시대에는 반복이 악곡의 형식을 결정하는 요소로 사용된다. 이 시대에 널리 쓰인 소나타는 주제가 다른 여러 악장이 음악적 대조를 이루는데, 마지막 악장은 첫 악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음악으로 구성된다. 마지막 악장의 이런 성격을 표현하는 데에는 론도 형식이 적합하다. 이 형식은 악장의 주제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사이사이에 이와 대조되는 새로운 주제들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각 시대의 작곡가는 입체적인 모방, 장식적인 변주, 형식적인 반복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 구현된 악곡 전체의 모습을 파악하게 하였다. 결국 음악은 시대마다 그 양상은 다르지만, 반복을 기본 원리의 하나로 활용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이 글은 시대별로 음악의 양상은 다르지만 반복(反復)을 기본 원리의 하나로 활용한다는 점을 설명한다. 작곡가들은 사라지는 음이 기억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몇 가지 반복 기법을 활용했다. 르네상스 시대는 돌림노래와 유사한 입체적인 모방의 방식으로, 바로크 시대는 반복과 변주를 통한 장식적인 변주 형태로, 고전 시대는 주제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악장의 사이사이에 대조되는 새로운 주제를 삽입하는 반복 기법을 구현했다.

『[문제]17. ㉠의 방법에 따라 <보기>를 사용하여 3성부의 악곡을 만들 때, 도입부의 짜임새로 가장 적절한 것은?』

[풀이] 두 번째 문단에서 ㉠의 ‘모방’은 돌림노래와 비슷한 방식으로 각 파트가 시작 부분에서 시간 차를 두고 같은 선율을 사용하고, 이렇게 시작한 연후에는 서로 다른 선율로 노래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시작은 전부 똑같아야 하고, 그것이 시간 차를 두어야 하며 시작 이외의 부분은 모두 달라야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①이다. ② 시작 부분이 같고 첫 부분 외에는 모두 다르나, 시간 차가 나지 않는다. ③ 첫 부분 외에는 모두 다르나 시간 차가 나지 않으며, 시작 부분이 각각 다르다. ④, ⑤ 첫 부분 외에는 모두 다르고 시간 차는 있으나, 시작 부분이 각각 다르다.

『[문제]18. 위 글과 <보기>를 관련지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앵무조개 껍데기의 무늬는 반복의 미(美)를 보여 준다. 1 : 1.618의 황금 비율로 된 빈 종이도 아름다운데, 이 비율로 된 형태가 크기를 달리하며 반복되면 통일과 변화라는 또 다른 미감이 생긴다. 이런 반복과 변화의 미는 르네상스의 건축 디자인에서도 볼 수 있다. 당시 건축물에서 문과 창의 같은 형태에서는 반복의 미를, 다른 크기에서는 색다른 변화의 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르네상스 건축가들은 이런 건축물을 세련되게 작곡된 음악에 비유해 ‘조화’라 불렀다.」

① 반복의 미적 쾌감은 음악이 아닌 다른 예술 양식이나 자연물에서도 느낄 수 있겠군.

② 소나타 악장의 대조는 황금 비율로 된 종이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과 유사 한 것이겠군

③ 장식적 변주는 크기를 달리하며 변화되는 문과 창에서 느껴지는 색다른 미감과 유사한 것이겠군.

④ 바로크 성악 음악에서 화성 반주의 저음 성부는 앵무조개 껍데기 무늬에서 느껴지는 미와 통하겠군.

⑤ ‘조화’라 불리는 건축물에서 통일성과 변화가 공존하는 것처럼 음악에서도 이런 양면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군.』

[풀이] 이 글에서 소나타 악장의 대조는 주제가 다른 여러 악장의 대조를 의미하며, 악장의 주제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사이사이에 대조적인 주제를 삽입하는 방식이라고 하였다. <보기>의 황금 비율로 된 종이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은 크기를 달리하여 반복될 때의 통일과 변화라는 미감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이 둘이 유사하다는 것(②)은 적절하지 않은 이해이다. ① 반복의 미감은 앵무조개 껍데기의 무늬, 종이, 건축물에서도 느낄 수 있다. ③ 반복의 미와 변화의 미를 느끼는 <보기>의 문과 창은 반복의 일관성과 변주의 다양성을 통해 조화된 아름다움을 이루는 장식적 변주와 유사하다. ④ 바로크 음악에서 화성 반주의 저음 성부는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고, <보기>의 앵무조개 무늬도 반복의 미를 보인다고 했으므로 이 둘은 서로 통한다고 봐야 한다. ⑤ <보기>의 ‘조화’는 통일과 변화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것인데 이 글의 음악에서도 이런 양면성을 같이 느낀다고 했으므로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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