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독서로 논술잡기]‘창의학 수업’

  • 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6분


◇‘창의학 수업’/스탠 라이 지음, 신다영 옮김/에버리치홀딩스

시멘트의 균열을 보고도 “이렇게 아름다울수가”

달리 보기… 새롭게 보기… 창의성은 만들어진다!

‘창의성을 키워라!’ 변화의 시대에 현대인에게 주어진 과제다. 오늘날 창의성은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이기에 그것은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 된다. 앞으로의 세계는 ‘정보의 시대’에서 ‘새로운 개념의 시대’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개념의 시대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이룰 수 있는 고차원적인 것이다. 사회의 모든 분야는 바로 창의성의 유무에서 성패가 판가름난다. ‘창의성’이 오늘날 시대의 화두로 작용하는 이유다. 이러한 내용을 논술과 관련시켜 논의해보자.

『(가) 영감에 대한 유명한 일화는 무수히 많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콜리지는 아편을 복용한 후 잠이 들어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본 광경을 깨어나자마자 시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시가 바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쿠빌라이 칸’이다. 그런데 이때 누군가 그의 집을 방문하여 시상의 흐름이 끊기자, 그는 더 이상 그 시를 써 내려가지 못했다. 그리하여 아득하고 화려한 옛 이야기는 영원히 미완으로 남게 되었다. 영국의 시인 하우스먼도 자신이 시를 창작할 때 영감이 떠오른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한 바 있다. ‘산책 도중, 이 시의 두 단락이 갑자기 나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후에 이 두 단락은 한 글자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출판되었다. 오후에 차를 마신 후 조금 더 시상에 잠기자 세 번째 단락이 떠올랐다. 그러나 한 단락만 더 쓰면 되는데 더 이상 시상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40, 41쪽)

(나) 고궁을 나오면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케이지가 갑자기 정문 앞 광장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매우 진지하게 시멘트 바닥의 균열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나는 전혀 영문을 모른 채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한참을 관찰하던 그가 갑자기 바닥 틈새를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죠?”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어서 그가 고개를 들고 다시 앞을 향해 걷기 시작했고, 우리는 차를 타고 고궁을 떠났다. 케이지는 현대 음악에서 ‘음악’의 정의를 확장한 일등공신이다. 그의 작품 속에는 어떠한 소리도 음악이 될 수 있다. 심지어는 소음까지 음악이 된다. 그의 작품은 커닝엄의 춤과 미묘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커닝엄의 무용도 ‘무용’의 정의를 깨고 어떤 동작이든 춤으로 만들기 때문이다.(160, 161쪽) 』

① ‘(가)를 바탕으로 창의성의 발현에 ‘영감’의 중요성을 밝히고, 그것을 논리성의 측면에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시오’를 만들어보자.

창작자의 창의적 구상은 영감을 필요로 하고, 구상을 실행에 옮기는 데도 영감이 중요하다는 점을 말한다. 여기서 영감은 작품의 가능성을 보는 ‘찰나’이다. 그만큼 영감은 창의적 과정에서 신비롭게 작용한다. ‘영감은 하늘이 우리에게 주신 신성한 선물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영감은 언뜻 논리성과 무관해 보인다. 영감이 떠오를 때 그것의 외형은 ‘A’인데 그것이 이끌어 오는 연상은 ‘B’가 아닌 ‘C’일 수도 있다. ‘C’는 순차적으로 ‘D’에 이르지 않고 갑자기 ‘Z’라는 결론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영감의 발생이 신비로운 과정인 것은 틀림없지만 여기에는 일정한 논리가 존재한다. 창의적인 사람은 나중에 새로운 가능성의 모든 조합을 머릿속에서 명확하게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② ‘(나)의 글을 통해 창의성을 키우는 관점을 제시하고, 그것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설명하시오’를 만들어보자.

(나)를 통해 볼 때 창의적인 사람은 세상을 보는 방식이 일반인과 아주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보통 사람은 시멘트의 균열을 보고 미감을 느끼는 경지에 이르기 어렵다. 이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특정한 감정으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극복하고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편견을 여과하고 사물의 원형을 가능성을 가지고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100% 순수하고 가감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면모를 보는 능력은 우리로 하여금 사물을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보게 한다. 창의적 과정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이 가능성을 작품으로 조합해내는 과정이다. 창의성의 진수는 연상되는 사물 간의 독특한 연결 관계에서 표출되는 가능성에 있는 셈이다.

그동안 우리는 창의성을 ‘가르칠 수 없는’ 신비의 영역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 책의 필자는 창의성을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한다. 창의성은 분석과 추적이 가능한 내면의 과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창작자는 ‘할 수 없는’ 단계에서 오랜 노력 끝에 창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창의성은 분명히 가르칠 수 있는 것이고, 다만 그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 예술 등 창조적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이유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 ‘스스로 논술학습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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