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 첫 중간고사 시즌이 돌아왔다. 중학교 1학년 새내기들은 지난겨울부터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하겠다는 당찬 각오로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3학년 끝날 때까지 모두가 유지한다고 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시험을 치르고 성적표를 받으면 일부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기뻐하지만, 일부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고 실망을 하게 된다. 그 실망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아이들은 어느덧 입학 당시 가졌던 목표를 모두 잃고 게으른 아이로 변해버린다. 부모 역시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아이에게 가졌던 기대를 접고 무관심해져 간다. 결국 그 아이는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없게 된다.
부모들에게는 아이의 현재 성적보다 더 멀리 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평균 70점을 받는 아이가 특목고에 갈 수는 없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아이의 마음을 바꿔 가면 80점, 90점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면 고등학교 3년은 어느새 희망으로 바뀐다.
1998년 안양이 비평준화 지역이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중3 입시부장을 맡을 때 동민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됐다. 동민이는 2학년 2학기 말까지 평균 85∼89점 정도를 유지하던 아이었다. 중2 겨울방학 때 우리 학원에 처음 등록하여 일반반에 배정받았다. 겨울방학 동안 성실하게 공부한 동민이는 방학이 끝날 무렵 실시한 학원 월례고사에서 일반반 최상위권 성적을 얻었다.
우리는 당연히 동민이를 심화반으로 월반시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른 강사들은 한 레벨만 올리자고 했지만 나는 과감히 두 레벨을 올려 반을 배정했다. 동민이 본인은 조금 두려워했다. 하지만 나는 동민이가 반드시 극복하리라 확신했기 때문에 동민이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지금처럼만 하면 돼. 넌 할 수 있어.”
두 달 후 동민이는 그 반에서 1등을 했다. 모든 강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동민이 스스로도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에 놀랐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자신감을 갖게 된 동민이는 더욱 열심히 공부했고 3학년 첫 중간고사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적을 받았다. 2학년 때까지 전교생 340명 중 100위권을 넘나들던 아이가 불과 몇 달 만에 전교 6등을 한 것이다. 다음 시험엔 전교 3등을 했다. 동민이는 그 해 안양고에 당당히 합격했고 3년 후 연세대에 합격했다. 만약 동민이가 80점대 점수에 안주해 3학년을 보냈다면 생각도 할 수 없는 결과였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제2, 제3의 동민이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70점짜리 아이를 80점으로 올리는 데 필요한 것은 딱 한 가지. 아이의 마음을 바꾸면 된다. 부모가, 교사가 포기하지 않고 아이에게 용기를 주면 우리 아이들은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번 중간고사에서도 제2, 제3의 동민이가 탄생하길 기대한다. 갑자기 동민이가 보고 싶다.
박교선 영재사관학원 입시총괄원장
※‘누가 뭐래도 우리는 민사고 특목고 간다’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