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찌꺼기 → 철강원료
축산분뇨 → 바이오가스
페트병 → 친환경 섬유
CO2 배출권은 덤으로
○ 골칫덩이 폐기물이 제철 원료로
제철 과정에서 나오는 작은 먼지가 더스트, 수분이 함유돼 진흙처럼 뭉친 것이 슬러지다. 철 성분이 함유된 폐기물이지만 그 자체로는 쓸모가 없다. 대부분 매립하거나 슬러지를 부원료로 쓰는 시멘트 회사에 운반비를 주고 처리해 왔다.
하지만 RHF공장에서 처리 공정을 거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인식 포항RHF공장장은 “이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14만 t의 알갱이 형태의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할 수 있다”며 “이 가운데 30%는 운반하기 쉬운 덩어리 모양으로 가공해 신일본제철에 수출하고 나머지는 포항제철소에서 철강 제품의 원료로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장장은 “제철 폐기물 매립으로 생길지도 모르는 환경오염 가능성을 사전에 막는 설비”라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RHF공장을 광양제철소에도 건설하고 있다.
○ 다양한 재활용 사업
다른 기업들도 폐기물에서 자원을 재생하는 사업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지난해 11월 폐기되는 휴대전화와 컴퓨터에서 금, 은 등의 광물을 분리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사업은 도시에서 광물을 찾아낸다는 뜻에서 ‘도시 광산’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효성은 버려진 페트병과 그물에서 원사(原絲)를 뽑아내고 있다. 효성이 지난해 선보인 ‘리젠’은 페트병을 가공해 만든 친환경 폴리에스테르 섬유다. 이 회사가 올해 재활용하는 페트병은 670만 개(1.5L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앞서 2007년 선보인 ‘마이판 리젠’은 폐 그물에서 뽑아낸 나일론 원사다. 중소기업인 루펜큐가 개발한 ‘폴라카블’은 건설 현장에서 쓰다 남은 자갈을 다른 광물질과 뭉쳐 만든 토목용 건축 자재다. 수질정화 기능이 있는 광물질인 제오라이트 함유량이 높아 하천의 어도(魚道)로 많이 쓰인다.
○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에도 한몫
대우건설은 축산분뇨와 음식물쓰레기 등에서 바이오가스(메탄가스)를 뽑아내 열병합 발전의 원료로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이미 지난해 8월 전남도와 2012년까지 1000억 원 규모의 ‘바이오가스 열병합 시설’을 건설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1월에는 이 기술을 이탈리아 테크노플루이드사(社)에 수출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재활용’ 사업을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와도 관련이 있다. 한국이 훗날 이산화탄소 의무감축국으로 지정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 기업은 ‘배출권’을 팔아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대우건설 측은 “연간 8000만 t의 축산분뇨와 음식물쓰레기, 하수 오물 등을 바이오가스로 전환하면 연간 3500만 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인식 포항RHF공장장도 “포항RHF공장 건설은 철강재 증산 측면도 있지만 연간 4만 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포항=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