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표내면 잘못 여부 안따진다?

  • 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7분


경찰청, KTX수사 외압 의혹 前충남경찰청장 감찰 중단

고속철도(KTX) 공사를 둘러싼 뇌물비리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동민 전 충남지방경찰청장에 대해 경찰이 감찰을 중단하고 서둘러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수사중단 압력 의혹이 불거진 직후 이뤄진 치안감급 인사에서 경찰종합학교장으로 발령이 나자 지난달 11일 사표를 냈고, 2주 만인 지난달 25일 사표가 최종 수리됐다. 경찰은 김 전 청장에 대한 사표 수리 사실을 열흘 이상 쉬쉬하다가 본보가 취재에 들어가자 뒤늦게 시인했다.

대통령 훈령인 ‘비위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제한에 관한 규정’에는 비위와 관련해 감사원과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의 조사나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해당 기관의 내사를 받고 있는 공직자는 그 행위가 중징계 사안에 해당될 때 사표 수리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김 전 청장에 대한 감찰을 하던 경찰은 사표가 제출되자 감찰을 중단했고 행정안전부에 ‘수사 중인 사실이 없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김 전 청장 감찰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수사 외압 의혹 외에 김 전 청장이 재임 중 몇 가지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정황이 포착돼 감찰을 했지만 김 전 청장이 사표를 낸 뒤 감찰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해 KTX 대구∼부산 간 공사를 맡은 2개 업체가 철도시설공단에 뇌물을 건네고 입찰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을 수사하던 천안 서북경찰서에 수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 전 청장은 수사팀에 질책성 발언을 하거나 자체 감찰팀까지 보내 감찰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감찰 결과 수사팀에 별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수사팀은 결국 수사를 중단했다.

중단된 수사를 넘겨받은 대전 중부경찰서는 공사 업체가 수십억 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최근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비자금이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대해 집중조사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중단 압력 의혹이 제기되기는 했지만 당시 상황에서 뚜렷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사표를 낸 뒤에는 감찰을 더 진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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