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빠진 경찰, 유치장도 안 잠가

  • 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7분


서울 남대문署 2명 탈주

25분지나 알고 1명 검거

유치장에 갇혀 있던 피의자 2명이 경찰서를 유유히 빠져나와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유치장에 횡령 혐의로 수감되어 있던 이모 씨(36)와 홍모 씨(26)가 12일 오전 8시 33분경 아침식사와 경찰관 근무교대로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남산방면으로 도주했다고 밝혔다. 이 경찰서 2층에 있는 유치장은 입구 쪽 출입문과 각 감방의 철문에 잠금장치가 이중으로 되어 있지만 이들이 탈주할 당시에는 문이 모두 열려 있었다.

경찰은 “오전 7시경 유치장 근무교대를 한 경찰관 2명 중 1명이 식판을 내온 뒤 철문을 잠근 것으로 착각했고, 유치장 입구 쪽을 지키고 있어야 할 나머지 1명도 수감자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유치장에 비치된 슬리퍼를 신은 채 유치장 출입문을 나온 뒤 계단을 통해 1층 휴게실로 내려와 쪽문을 통해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쪽문에는 의경 1명이 보초를 서고 있었지만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만 제지할 뿐 안에서 나가는 사람은 신경을 쓰지 않고 내보내 탈주자들은 유유히 경찰서를 나올 수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경찰서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혔지만 경찰은 이마저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사건 발생 25분 만인 오전 8시 58분에야 탈주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뒤늦게 경찰병력 700여 명을 투입해 서울과 경기 전역을 검문 검색한 끝에 이날 오후 3시 10분경 경기 구리시 인창동사무소 앞에서 공중전화로 지인에게 전화를 걸던 이 씨를 검거해 남대문경찰서로 이송했다.

탈주자 이 씨와 홍 씨는 서울과 강원도 등지의 렌터카 회사에서 수천만 원짜리 차량 3대를 빌린 뒤 반납하지 않고 되팔아 1억여 원의 판매대금을 챙긴 혐의(절도 횡령)로 4일 밤 체포된 뒤 8일 구속돼 나흘째 지내고 있었다.

경찰은 “사건을 내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었는데 이들이 이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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