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이후엔 잠 좀 자자” 봉하 이장님 뿔났다

  • 입력 2009년 4월 15일 03시 05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기정사실화되면서 14일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은 무거운 침묵 속에 긴장감이 흘렀다. 연일 사저 앞에 취재진 30여 명이 몰려들어 고배율의 망원렌즈를 이용해 사저 안을 촬영하려 하자 노 전 대통령 측은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지 않도록 출입문과 창문을 잠그는 등 철통 보안에 나섰다.

봉하마을 주민들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봉하마을 이장 이모 씨는 방송을 통해 △사전 허락 없는 주민 촬영 금지 △주택과 과수원 등 사유지 무단침입 금지 △개인 전기시설 사용 금지 △오후 9시 이후 마을을 돌아다니지 말 것 등 4가지 사항을 취재진에 요청했다. 그는 “농번기에 피곤한 주민들이 제때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봉하마을에서는 대낮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낮 12시 15분경 사저에서 체어맨 승용차와 은색 스타렉스 승합차가 나오자 취재진은 “노 전 대통령이 탄 것 아니냐”며 두 차량을 뒤쫓았다. 승합차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11일 부산지검에 소환될 때 탔던 차량이다. 이 차량은 추격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마을에서 진영신도시 입구까지 왕복 2차로 3km가량을 시속 90km 이상의 속도를 냈고, 서로 중앙선을 넘나들며 곡예운전을 했다. 모 언론사 차량은 대형 트럭에 부딪힐 뻔했다. 그러나 차량에 사저 비서관 등이 탄 것으로 확인되면서 추격전은 50여 분 만에 끝이 났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직원들이 식사를 하려고 이동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부 방송사는 노 전 대통령이 공개 소환되는 것에 대비해 봉하마을 사저에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대검찰청 청사까지의 이동 과정을 헬리콥터로 중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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