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승소땐 참여안한 피해자 모두 배상받아
한 투자전문회사가 ‘코스닥 상장사의 회계부정으로 투자 손실을 봤다’며 소액주주들을 대표해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주면 해당 주식에 투자했다가 같은 이유로 손해를 본 일반 주주들도 구제받을 수 있게 된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제기된 것은 2005년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처음이며, 이번 소송을 계기로 분식회계 의혹 기업들을 상대로 한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모투자펀드(PEF) 전문회사인 서울인베스트와 이 회사 대표이사는 14일 “건설 중장비 부품업체인 진성티이씨가 지난해 통화옵션상품으로 인한 손실을 숨기고 분기실적을 허위 공시해 피해를 봤다”며 수원지방법원에 약 2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서울인베스트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진성티이씨는 지난해 11월 14일 분기 보고서에서 3분기(7∼9월) 중 46억70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약 한 달 뒤인 12월 19일 54억7000만 원의 순손실로 정정 공시를 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통화옵션거래에서 손해 본 175억 원을 뒤늦게 반영한 것이다. 이런 공시 번복으로 진성티이씨의 주가는 정정 공시 직전인 12월 17일 9030원에서 같은 달 23일 4885원까지 떨어져 4거래일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후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버렸다”며 진성티이씨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췄고, 한국거래소는 올 1월 이 회사를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소송을 제기한 서울인베스트는 “진성티이씨가 처음부터 실적을 제대로 보고했다면 이 회사의 주식은 원래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거래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진성티이씨가 거액의 파생상품 관련 손실을 감추고 순이익을 허위로 과대 계상해 선량한 소액 개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성티이씨 관계자는 “지연공시 사실은 맞지만 회사의 회계처리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생긴 일이며 고의로 숨기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인베스트의 변호인 측은 “경영진이 이처럼 막대한 손실이 난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는 주주 자본주의 확립과 소액투자자 보호를 위해 2005년 1월 시행됐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활용된 적이 없었다. 남소(濫訴)를 막기 위해 소송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했고, 재판에서 이겨도 모든 피해 당사자에게 배상액을 나눠줘야 해 소송대상 기업의 규모가 작을 경우 실익이 적기 때문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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