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축하 분위기와는 상반되게 오래전부터 새마을운동 발상지임을 주장해 온 경북 포항시 쪽은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시의원은 단식투쟁 중이고 포항시 북구 기계면 문성리 주민들과 새마을 관련 단체 회원들은 “경북도의 음모”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과 집단행동까지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항시는 문성리에 40억 원을 들여 올해 말 준공 예정으로 새마을기념관을 짓고 있다.
10년 넘게 청도와 포항은 새마을 발상지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여 왔지만 최근 경북도가 경운대에 의뢰한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청도를 발상지로 공식 발표하자 포항 쪽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 쪽에서는 “청도 출신인 이의근 전 경북지사가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을 지낸 데다 경운대는 경북도가 예산을 지원하는 곳이어서 용역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청도는 오랫동안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었고, 경운대가 새마을운동에 관한 전문연구를 많이 한다는 점에서 경북도의 용역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지역 갈등을 부를 수 있는 예민한 사안에 대해 경북도가 대처한 방식은 적절치 못했다. 양측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견을 조정하는 노력과 절차 등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리고 경북도가 포항과 청도를 비교하면서 공개한 ‘새마을운동의 발상지 검토’ 자료만 보면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발상지라고 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발상지’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포항은 ‘發祥地’(좋은 일이 일어난 곳)로, 청도는 ‘發想地’(무엇인가를 착상하게 된 곳)로 표기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말 청도는 새마을운동의 ‘모범마을’로, 포항은 ‘시범마을’로 각각 표현했다.
두 자치단체가 많은 예산을 들여 기념관을 각각 지으며 발상지 논란을 벌이는 것은 1970년대 절실했던 ‘새마을정신’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경북도도 새마을운동의 진정한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이 같은 논란을 매끄럽게 해결할 책임이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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