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자녀를 둔 이정례 씨(38·여·서울 강북구 미아동)는 매일 아침 셋째 아들 승현 군(6)을 등에 업고 집을 나선다. 뇌성마비 1급 장애를 갖고 태어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승현 군을 특수학교가 있는 노원구 하계동까지 등교시키기 위해서다. 승현 군은 그나마 데리고 다닐 수 있지만 간질이 심한 큰딸(13)은 여전히 큰 걱정이다.
동생의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된 남편은 건축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140만 원가량의 월급으로 네 아이를 키우고 약값을 충당하는 것은 언제나 힘에 부친다. 이런 이 씨에게 ‘꿈나래 통장’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희망이다.
서울시가 저소득 가구 자녀의 학비 마련을 위해 만든 ‘꿈나래 통장’은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저소득층 부모가 매달 일정 금액을 7년 동안 저금하면 서울시가 똑같은 액수를 후원해 주는 제도. 이 씨는 “매달 3만 원의 적은 돈이지만, 7년 후에는 큰 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둘째 아이가 원하는 피아노 학원도 보내고, 막내아들의 교육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며 웃었다.
시는 15일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경희 복지재단 이사장, 오명 건국대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저소득층의 경제적 자립과 교육 기회 보장을 위해 운영하는 ‘희망 플러스 통장’과 ‘꿈나래 통장’ 출범식을 열었다.
희망 플러스 통장은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저소득층이 매월 5만∼20만 원씩 3년간 저축하면 시가 같은 액수만큼 지원하는 사업이다. 6급 지체장애인으로 부인, 5명의 자녀와 월세방에서 살고 있는 박경수 씨(50·서울 은평구 갈현2동)는 “매달 10만 원씩 저축해 3년 뒤 전세로 옮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시 김인철 복지정책과장은 “1차 참가자 2130명은 3월 말부터 저축을 시작했다”며 “5월 희망 플러스 통장과 꿈나래 통장의 2차 참가자 6000명을 접수하는 등 연말까지 사업 규모를 2만 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02-3707-9079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