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간 표준점수차 최대 73.54점…

  • 입력 2009년 4월 16일 02시 58분


평준화 관련 보완책 요구 거세질 듯

시도 → 시군구 → 학교

학력차 급격히 커져

역시 문제는 고교 간 학력 격차였다. 2월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공개에 이어 이번 수능 성적 공개를 통해서도 또다시 지역 간, 학교 간 학력 차가 확인됐다. 등급만 제공된 2008학년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4년의 수능 성적을 표준점수 평균으로 비교해 보았다. 지역 간, 학교 간 격차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그 결과 시도-시군구-학교로 분류가 세분될수록 학력 격차가 급격히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2009학년도 언어영역 표준점수 평균의 최고점과 최저점 격차를 살펴보면 16개 시도 간에는 최대 6.08점 차이가 난다. 가장 높은 곳이 104.57점, 가장 낮은 곳이 98.49점이다. 그런데 232개 시군구를 비교하면 최대 33.76점 차이로 벌어진다. 이를 다시 고교 단위로 비교하면 무려 73.54점이나 차이가 난다. 가장 높은 학교는 130.45점인 데 비해 가장 낮은 학교는 56.91점에 불과한 것. 학교에 따라 표준점수 평균이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경향은 해마다, 그리고 모든 영역에서 유사하게 나타난다. 영역마다 4년 치 차를 들여다보면 시도 간에는 6∼14점, 시군구 간에는 33∼56점, 학교 간에는 57∼73점의 편차를 보인다. 고교 평준화 지역만 한정해서 살펴봐도 학교 간, 영역별 점수차가 26∼42점으로 결코 작지 않다.

서울의 경우(2009학년도) 성적이 월등히 좋은 특수목적고를 제외하더라도 일반 고교 간의 표준점수 평균이 언어 22.02점, 수리 ‘가’ 26.58점, 수리 ‘나’ 23.17점, 외국어 27.71점이나 차이가 난다.

시도 간, 시군구 간에는 대체로 수리 ‘가’ 영역의 점수 차가 많이 나고, 학교 간에는 언어영역의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다. 고교 평준화 기조를 철칙으로 삼았던 노무현 정부는 엄연히 존재하는 학교 간 학력 격차를 부인하고, 대학 입시에도 고교 내신 비율을 무조건 높이도록 강제했다. 그러나 실증적인 데이터를 통해 고교 간 학력 격차가 속속 드러나고, 고교 선택제 도입 등으로 고교별 정보 공개 필요성도 높아지는 상황인 만큼 평준화 보완책에 대한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는 “이번 분석 결과 평준화지역 내에도 학교 간 차이가 많고 사립학교, 자율학교, 비평준화지역, 외국어고 설치 지역 등의 성과가 높다는 사실이 나타났다”면서 “학교 단위로 세분할수록 성적 차가 커지는 경향은 단위 학교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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