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논란에 휩싸여온 위암 장지연(韋庵 張志淵·1864∼1921) 선생이 말년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의병을 지휘한 것으로 기록한 일본 외무성 문서(사진)가 나왔다.
위암장지연선생기념사업회는 15일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일본 총영사가 1921년 5월 5일 본국 외무대신에게 보낸 ‘불령단관계잡건 시베리아편’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문서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 문서는 위암에 대해 ‘경성 매일신보 기자였던 자이지만 김경천의 초청에 응해 도래했다. 주우찌하에 있으면서 의병을 지휘하고 있다고 한다’고 기록했다. 김경천은 러시아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이고, 주우찌하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마을로 추정된다.
이 문서는 박애경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국사편찬위원회(국편)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냈으며 국편은 불령단관계잡건을 일본에서 복사해 들여왔다. 박 교수는 “불령단관계잡건은 일본 경찰과 밀정이 일제에 항거한 조선인의 동태를 기록한 보고서”라며 “매일신보 ‘기고자’를 ‘기자’로 잘못 쓴 대목이 있으나 이름이 같고 매일신보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위암에 대한 기록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위암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황성신문에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사설을 발표해 일제의 흉계를 비판했으나 1914∼1918년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친일 성향의 글을 기고해 일제에 협력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위암장지연선생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박 교수가 찾은 자료를 보면 위암이 세상을 뜰 때까지 친일로 변신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독립운동사 전문가인 박환 수원대 교수는 “위암이 1908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발행된 민족지 해조신문의 주필을 맡기도 했다”며 “고령의 위암이 의병을 이끌었다는 대목을 입증하려면 다른 문서와의 비교를 통해 사실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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