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밤11시반까지 자율학습
인구 1만8000여 명으로 울릉도를 빼면 전국에서 가장 작은 기초자치단체에 속하는 경북 영양군. 첩첩산중 두메산골이지만 고추만큼은 ‘전국 으뜸’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제 자랑거리가 하나 추가됐다. 5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역별 1∼4등급 비율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 중 한 곳이다. 영양여고의 힘이 컸다.
영양읍에서 3km쯤 떨어진 외진 곳에 있는 영양여고는 1974년 개교 후 ‘발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영양군의 인구는 7만 명. 주민 감소와 함께 영양여고도 자연스레 폐교의 길로 다가갔다. 2001년에는 1∼3학년이 학년별로 30%씩 정원 미달이었고, 대학 진학률은 18%였다. “곧 폐교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무성했다.
쓰러지기 직전인 영양여고가 불뚝 일어서게 된 데에는 2001년 부임한 박순복 교장(60)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그는 부임 직후 교사(20명)와 전교생을 대상으로 일일이 상담해서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좋은 학교로 만들어보자”는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그때부터 학생과 교사들은 혼연일체가 됐다. 전교생 274명은 오후 11시 반까지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한 뒤 모두 기숙사로 돌아가 공부하고 교사들은 매년 1권씩 과목별로 교재를 개발해 수능이나 학력평가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자체적으로 평가한다.
영양여고의 변신을 보면 영양고추를 씹었을 때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 그대로다. 올해 2월 영양여고를 졸업한 82명은 서울대를 비롯해 수도권 대학에 43명이 진학했으며, 30명은 지방국립대와 주요 사립대, 10여 명은 전문대에 진학했다.
영양=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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