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준법 여든까지]“법이 없다면?” “서로 싸워요”

  • 입력 2009년 4월 16일 02시 58분


15일 서울 강남구 봉은초등학교에서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하태웅 변호사(오른쪽)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분쟁 해결과 법’이라는 주제로 특별 수업을 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발언 기회를 얻기 위해 손을 들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오른쪽의 책자는 대한변협, 강남구청, 강남교육청이 공동 개발한 ‘알고 지키면 즐거워지는 법’이라는 교재. 홍진환  기자
15일 서울 강남구 봉은초등학교에서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하태웅 변호사(오른쪽)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분쟁 해결과 법’이라는 주제로 특별 수업을 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발언 기회를 얻기 위해 손을 들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오른쪽의 책자는 대한변협, 강남구청, 강남교육청이 공동 개발한 ‘알고 지키면 즐거워지는 법’이라는 교재. 홍진환 기자
변협 서울 봉은초등교 준법교육 현장 가보니…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봉은초등학교 3학년 2반의 도덕수업.

“법이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1일 교사로 나선 하태웅 변호사(52·법무법인 한길)가 질문을 던졌다. 정소연 양(9)이 손을 번쩍 들고 “모든 사람이 계속해서 싸우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맞아요. 예전에 유명한 사람이 ‘법이 없으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법이 없으면 서로 싸우게 되고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날 특별수업은 대한변호사회(회장 김평우)와 서울 강남구청(구청장 맹정주), 강남교육청(교육장 김성기)이 이번 학기부터 시작한 ‘법질서 및 예절교육’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분쟁 해결과 법’이라는 주제의 이날 수업은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지켜야 할 일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어린이들은 저마다 “친구들과 싸우지 않아야 한다” “지각하지 말아야 한다” “복도에서 뛰지 말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줄을 서서 차례를 지켜야 한다”며 자신들이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어린이들이 서로 발언을 하겠다고 앞 다퉈 손을 드는 바람에 하 변호사가 중간 중간 정리에 나서야 할 정도였다.

어린이들은 40분 동안의 수업이 끝난 뒤 교실 문 앞까지 하 변호사를 따라 나와 “공책에 사인을 해 달라”고 조르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하 변호사는 “학생들의 열의가 높아 큰 보람을 느꼈다”며 “학생들이 법과 질서의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하도록 가르쳐야 성숙한 시민으로 자랄 수 있고, 부정부패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업에서는 교과서 대신 대한변협과 강남구청, 강남교육청이 지난해 말 1억5000만 원을 들여 함께 만든 ‘알고 지키면 즐거워지는 법’이라는 책이 교재로 쓰였다. 이 책은 ‘판사, 검사, 변호사, 경찰관은 무슨 일을 하나’ ‘법을 어기면 어떻게 되나’ 등의 내용으로 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고학년용 등 3단계로 나누어 수준별로 맞춤 제작해 지난달 3만5000부를 강남구청 관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배포했다. 참가 의사를 밝힌 서초구청 관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도 이달 안에 배포할 예정이다. 지난달 유치원 교사를 위한 설명회를 열었고 자원봉사 변호사들이 일일 교사로 나설 계획이다.

이명숙 대한변협 인권이사는 “이 교재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교육청에서도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교재를 추가로 만들고 일선학교의 법 교육을 지원할 변호인단을 꾸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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