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황정순 등 문화예술인 200여명 선언
내달 문화축제 개최… ‘배다리 지키기’ 서명운동도
인천지역 3·1운동 발상지인 인천 동구 금곡동 창영초등학교에서 10일 ‘배다리 문화 선언’이 있었다. 이 학교 출신의 원로 여배우 황정순 씨를 비롯해 인천문인협회 김윤식 회장, 인천작가회의 신현수 회장, 조우성 인천시사편찬위원 등 200여 명이 이 선언에 동참했다. 인천시 유형문화재 3개를 포함한 근대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는 배다리 일대를 보존하면서 역사문화생태공간인 ‘에코 뮤지엄’으로 가꿔나가자는 운동에 나선 것이다.
○ 배다리 문화선언
“배다리 지역은 인천항을 통해 전래된 한국 감리교가 최초로 뿌리를 내렸고, 한국 최초의 서양식 신교육이 실시된 장소다. 인천 최초의 3·1운동 발상지이고, 인천 생활사의 자취가 뚜렷이 남아 있다.”
배다리에는 역사문화마을을 만들 자원이 풍부하다. 1905년 고풍스러운 르네상스 양식 건물로 지어진 여선교사 기숙사(현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와 3·1운동 기념비가 있는 창영초등학교, 1892년 국내 최초의 사립학교로 설립된 영화초등학교 등 인천시 지정 유형문화재 3개가 있다. 배다리 입구의 우각현(쇠뿔고개)은 인천항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인천 최초의 근대적인 길이었다. 이곳에선 1897년 3월 27일 경인철도 기공식이 열렸다. ‘작은 청계천’으로 불리던 헌책방 거리, 옛 꿀꿀이죽 골목, 전통공예상가, 문화공방이 남아 있다.
○ 도로공사 공방
경인전철 도원역 인근의 배다리에는 도로 개설을 위한 터파기 공사가 2년째 중단된 상태다. 공사장은 펜스로 막혀 있고, 입구엔 움집이 만들어져 있다.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주민들이 설치해놓은 것이다.
인천시종합건설본부는 2011년 말 개통을 목표로 중구 신흥동 삼악아파트∼동구 금창동 배다리∼수도국산∼동국제강을 가로지르는 산업도로를 건설 중이다. 4개 공구 중 3개 공구의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지만, 배다리 구간(3공구) 2.5km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해 도로 개설의 문제점을 파헤치도록 했다. 감사 결과 배다리 입구 지하차도가 기준치보다 낮게 설계된 사실이 적발돼 보완 지시가 내려졌다. 인천종합건설본부 강태수 토목부장은 “기준에 맞도록 재설계하고 있기 때문에 올 하반기에 배다리 지역 도로공사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시민모임(배다리 시민모임)은 배다리 구간 산업도로를 지하화한 뒤 이 일대를 역사문화 숨결이 살아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옛 여선교사기숙사를 ‘기독교선교자료관’으로, 창영초등학교 본관을 ‘근대교육자료관’으로 탈바꿈시키자는 것이다. 배다리 시민모임 이희환 집행위원장은 “역사문화와 생태가 어우러진 ‘에코 뮤지엄’이 유럽과 아시아지역 270여 개 마을에 조성돼 있다”며 “배다리는 박제된 문화가 아닌 살아 있는 삶의 문화를 간직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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