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테, 골갱이, 우장, 남방애….
이름이 생소하지만 불과 30년 전까지 제주에서 쓰인 농기구들이다. 육지의 농기구와 비교할 때 용도가 비슷하더라도 제주 실정에 맞게 형태가 변형된 농기구도 많다. ‘남테’는 밭을 다지는 데 쓰이는 도구이고 육지 호미에 비해 날이 좁은 ‘골갱이’는 자갈밭의 잡초 등을 제거하는 데 쓰였다. ‘우장’은 제주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비옷으로 띠(풀의 일종)를 단단히 이어 빗물이 스며들지 않는다. ‘남방애’는 곡물을 찧을 때 쓰는 기구다.
제주대박물관(관장 김동전)은 제주지역 옛 농기구를 사진 등으로 보여주는 도록을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박물관이 소장한 농기구를 파종, 육성 및 수확, 운반, 탈곡, 도정, 저장 등으로 나눠 118점을 수록했다.
제주는 화산회토로 이뤄져 논농사보다 밭농사가 주를 이뤘다. 토질이 푸석푸석하고 자갈이 많아 농부나 우마 등이 발로 직접 밟거나 남테 등을 끌고 다니며 땅을 다지는 ‘밧볼림’ 농법이 탄생했다. 토양을 비옥하게 하기 위한 거름 확보용으로 오줌을 받아놓는 ‘오줌허벅’, ‘오줌박세기’ 등이 만들어졌고 야간에 소나 말을 밭에 방목시켜 거름을 만드는 ‘바령모쉬’가 성행했다.
제주대박물관 강봉석 학예연구원은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치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후손에게 제주의 농업사를 눈으로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