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공개를 통해 지역별 성적도 어느 정도 알게 됐고, 그동안 쉬쉬하던 고교 간 학력 격차도 확인됐다. 그런데 뭔가 찝찝하다. ‘광주는 왜 그렇게 성적이 높아? 남녀공학 학교는 왜 그리 점수가 낮아? 외고가 있는 지역은 얼마나 성적이 좋았대?….’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궁금한 것은 무척 많은데 정작 ‘왜’에 대한 교육 당국의 해답은 없다. 성적을 공개한 교육과학기술부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마저도 “그러게요. 저도 궁금하네요”라며 머리를 긁적일 뿐이다.
수능 성적 공개라는 일대 사건이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탓이다. 원래 있던 데이터를 정리하니까 결과야 나왔겠지만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연구가 미처 안 된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광경이다. 두 달 전 학업성취도 결과가 공개됐을 때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원인 분석 없이 결과부터 공개하고 보니 이해집단들은 저마다 자기에게 유리한 정치적 해석을 내놨다. 수능도 학업성취도 성적 결과처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당장 평가원이 15일 내놓은 수능 성적 분석 자료에서 평준화 지역의 학교 간 점수 차이를 부각시킨 것을 두고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 다양화 300정책을 지지하기 위한 논리로 수능 성적 결과를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가 학부모의 경제력, 지역의 교육열, 사교육 변인 등 심층적인 원인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자꾸 학교나 교사의 노력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왜곡된 교육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교육 당국이 원인을 제시하지 못하니까 언론이나 교육 전문가들도 고교의 특성에서만 원인을 찾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교육 당국의 임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공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임 있는 후속대책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초점을 맞추어서 종합적인 연구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사교육의 효과를 외면하거나 몇 개 고교의 특수한 상황을 확대해석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김희균 교육생활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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