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췌한 박연차… 檢 “진술 변화는 없다”

  • 입력 2009년 4월 17일 02시 56분


최근 심장병 도져

변호인에 고통 호소

지난해 12월 12일 구속된 이후 4개월이 넘게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심신이 많이 지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세무조사부터 검찰 수사까지 9개월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이 잇따라 구속되거나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심적인 압박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 최근에는 지병인 심장병 때문에 자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구치소에서 박 회장을 접견한 변호인 등은 16일 “박 회장이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지인들이 계속 사법처리돼 상심이 크고 심리적 갈등도 큰 탓인지 다소 불안정해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천성이 워낙 강단이 있는 사람이라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실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최근까지도 검찰 조사를 받을 때는 말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흐트러지거나 횡설수설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또박또박 정확하게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최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 회장이 검찰에서 이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박 회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반박한 홈페이지 글도 변호인을 통해 상세하게 읽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에도 진술 내용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최근엔 심장병과 허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변호인 중 한 명인 박찬종 변호사는 “박 회장이 심장병 때문에 고통을 종종 호소하고 있다”며 “구치소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허리도 안 좋아져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검찰에 불려와 조사를 받을 때에도 종종 심장에 통증이 와 가슴을 부여잡는 일이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심장병 약을 꾸준히 먹고 있고, 구치소 안의 병실도 자주 이용하고 있다는 것. 며칠 전에는 건강 때문에 검찰 조사를 받지 못하고 구치소에서 계속 잠을 자거나 치료를 받았다. 한때는 허리 통증이 심해져 외부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박 회장의 최근 모습이 공개된 자리는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 때였다. 이날 박 회장은 구속되기 전 우람한 체격에 당당했던 풍채는 사라지고 살이 빠진 초췌한 모습이었다. 녹색 내의 위에 푸른색 미결 수용자복을 입은 박 회장은 한동안 이발과 염색을 하지 않은 듯 희끗희끗한 머리칼이 덥수룩했고 안색도 좋지 않았다. 박 회장은 재판이 끝나자 방청석의 지인들에게 잠깐 눈길을 준 뒤 아픈 허리 때문에 다리를 약간 저는 듯한 불편한 걸음걸이로 법정을 빠져나갔다.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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