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구속 기소)이 지난해 2월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송금한 500만 달러 중 수억 원이 권양숙 여사의 동생인 권기문 전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장이 대표인 국내 벤처회사에 우회 투자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이 2008년 2월 22일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송금한 500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가 대주주인 조세회피지역의 투자회사 ‘엘리쉬 앤 파트너스’ 등을 거쳐 국내의 벤처회사 2곳에 우회 투자됐다.
검찰은 16일 노건호 씨를 세 번째로 소환해 권 여사의 동생이자 노 씨의 외삼촌인 권 전 단장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투자한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연 씨 명의 계좌로 송금한 500만 달러의 투자 결정권은 노 씨에게 있었으며, 노 전 대통령도 이 돈의 송금 사실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변호인을 통해 노 씨에게 500만 달러의 투자 관련 자료를 정리해 오라고 했는데 정리가 잘 안되는 것 같다”면서 “아들이 사용했는데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이 몰랐겠나”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구속)과 박 회장,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을 동시에 소환했다. 검찰은 강 회장을 상대로 2007년 8월 서울 S호텔에서 박 회장, 정 전 비서관을 만났을 때에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활동 자금을 마련하는 문제를 논의한 과정과 이 내용을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당시 3자 회동의 대화 내용과 전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하면 이들의 3자 대질 신문도 할 방침이다. 검찰은 강 회장을 상대로 자신이 운영하는 시그너스골프장에서 횡령한 50억 원을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의 숲과 생태를 복원하기 위해 설립된 ㈜봉화에 투자한 경위도 함께 조사했다.
한편 검찰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007년 4월 박 회장의 계좌로 입금한 50억 원의 성격 규명을 위해 최근 신한은행 본점을 방문해 라 회장의 금융거래 명세 등이 담긴 자료를 확보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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