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신호 조작 시속 355km 질주… 301명 검거
10억여 원대의 외제 차량을 몰며 광란의 폭주를 일삼은 폭주족 수백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자동차로 400m 직선도로를 질주해 승패를 가리는 일명 ‘드래그 레이스(drag race)’를 벌인 폭주족 301명을 검거해 폭주사이트 운영자 황모 씨(30) 등 3명에 대해 1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모두 722차례에 걸쳐 인천공항고속도로, 자유로, 서해대교 등에서 도로를 막고 폭주를 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경찰은 검거된 폭주족 가운데 프로골퍼 권모 씨(25), 치과병원 원장 강모 씨(44)등 전문직 종사자와 고소득 자영업자, 대기업 임원 자제 등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밝혔다. 국제 시민단체에서 어린이교통안전연구원으로 일하는 정모 씨(27·여)도 폭주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 검거되지 않았지만 목격자 진술에 따라 조사 중인 대상자 가운데는 방송인 배모 씨(37)도 포함됐다.
이들은 17억 원을 호가하는 페라리 엔초와 10억 원대 코닉세그 등 ‘슈퍼카’로 불리는 고급 외제 스포츠카를 개조해 폭주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모 씨(40)는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람보르기니 차량을 몰고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시속 355km로 주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견 건설업체 대표인 김모 씨(42)는 고급 외제차 5대를 번갈아 타며 63회에 걸쳐 드래그 레이스에 참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경주할 직선도로를 확보하기 위해 차량 통행을 막아 다른 운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교통 신호 제어기를 조작해 사고 위험을 높이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이들 폭주족은 ‘ㅇㅈㄷㄷㄹㄱ A지역(영종도드래그 남측)’ 등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약어로 회원들과 폭주 장소를 모의해 경찰의 단속망을 피해왔다.
병원을 운영하며 폭주족 모임을 주도해온 황 씨 등 폭주 사이트 운영자 3명은 경찰의 추궁에 계속 혐의를 부인하다 경찰이 황 씨의 자택에서 압수한 시속 355km의 고속질주 동영상을 들이대자 범행을 실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폭주는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해를 입힐 수 있는 중죄”라며 “그런데도 최고 벌금 300만 원 외에 아무런 행정처분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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