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 공개 내년에 좀 더 세분할 것”

  • 입력 2009년 4월 18일 02시 58분


김성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베일에 가려졌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최초로 공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김성열 원장(사진)은 17일 인터뷰에서 “이번에 공개한 내용이 미흡하고 원인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적 공개 방식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결정할 사안이지만 일반의 기대 수준에 맞춰 내년에는 좀 더 등급을 세분하거나 등급 분류 기준을 바꾸는 등 진전된 공개 방식을 찾아보겠다”면서 “성적이 이렇게 나온 원인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교육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4등급을 한 그룹으로 묶고 상위 20개 지역만 공개하는 등 공개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성적 공개 다음 날 자기 지역의 성적을 알려달라는 교육청과 지자체의 문의가 많이 들어오더군요. 학교 단위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요청도 있고 232개 시군구의 성적 현황을 다 밝혀야 한다는 얘기도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전국 일반계 고교의 성적을 다 공개해버리면 줄 세우기 논란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정보공시제에 따라 앞으로 모든 학교가 학업성취도 성적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게 되지 않습니까. 성적 공개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정착되면 수능 성적 역시 좀 더 자세하게 공개하게 될 겁니다.”

―이번 성적 공개를 통해 교육 당국이 얻은 내용은 뭔가요.

“과거에 정부가 경쟁과 공개를 금기시하다 보니 교육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고 있는지를 정부도, 학교도, 학생도 몰랐습니다. 지역마다 학력 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는 건 누구나 예상했지만 평준화지역 내에서도 학교 간 차이가 너무 커서 우리도 놀랐습니다. 평준화의 틀 속에서 오히려 학력 격차가 고착되고 서열이 심화돼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수능 성적 결과가 왜 이렇게 나왔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이 전혀 없습니다.

“수능 성적을 공개하라는 소송, 국회의원들의 열람 결정 등이 진행되면서 교육 당국이 수능 성적을 갑작스럽게 공개하게 된 측면이 있습니다. 최근 두 달간 성적 결과는 분석을 했지만 다양한 원인을 종합적으로 연구하지는 못했습니다. 이제 평가원과 한국교육개발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공교육 변수뿐만 아니라 사교육, 가정환경, 지역 특성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을 취합해 연구를 진행할 겁니다. 내년 성적 공개 때는 수능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분석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워낙 다양해서 분석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현재 수능 성적표를 통해 알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제한적인 것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수능 원서 양식을 바꿔서 설문조사 형태로 응시자의 환경을 조사하는 방안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응시자가 어떤 유형의 고교 출신인지, 가정환경은 어떤지, 사교육은 얼마나 받았는지 등을 조사해 성적과의 관계를 알아보는 것이죠. 물론 올해 당장 도입하기는 어렵고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변경할 생각입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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