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0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 회의실.
소위 위원 9명 가운데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의원 6명만 앉아 있었다. 개회 예정 시간에서 1시간가량 지났지만 소위 위원장인 안민석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소위는 ‘교육 뉴딜’ 사업에 투입될 1조4310억 원 규모의 교육과학기술부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결국 개회 선언도 못한 채 의원들은 오전 10시 반경 자리를 떴다.
이 시간에 민주당 소위 의원들은 국회 브리핑룸 마이크 앞에 서 있었다. 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최근 경기대 총장 선출 과정에서 청와대와 교과부가 개입했다는 증거가 있는데 장관은 잘못을 전혀 시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면서 추경 심의를 보이콧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 측은 17일 “정부가 야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아 추경 심의를 거부한다”며 “다음 주로 예정된 교과위 전체회의와 법안심사소위를 보이콧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위는 18대 국회 개원 이후 1년 가까이 파행을 면치 못했다.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서는 크고 작은 교육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야당이 불출석과 보이콧을 거듭해 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파행의 출발점은 야당의 반복적인 ‘딴죽 걸기’와 상임위 일정 거부였다. 야당 의원들은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의 선거 비리 의혹과 주경복 건국대 교수의 사학분쟁조정위원 해촉, 고려대 입시부정 의혹 등에 대해 청문회와 공청회, 진상 조사, 장관 사과를 요구했다.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번번이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여야 간사 협의는 오히려 ‘장애물’이 되기도 했다. 의사일정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아 전체회의 개최 여부는 교과위 최대의 현안이 됐다. 야당 출신인 김부겸 위원장은 “간사 간 협의에 맡긴다”며 사실상 뒤로 빠져 있을 때가 많았다.
여당 의원들도 안이한 자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야당이 ‘발목 잡기’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막판에는 어떻게 처리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적극 나서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간에 쫓겨 부실 심사를 하거나 법안 처리가 늦춰지는 일이 적지 않았다. 교과위는 16개 상임위 중 법안처리 실적이 7%대로 ‘꼴찌’다. 지난해 2009년 예산안 심사에서도 공 교육감 문제를 두고 예산결산특위 마감 시한이 다 돼서야 심사에 착수해 정부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번 추경 심사도 ‘꼴찌’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추경 심사가 필요한 13개 상임위 가운데 11개 상임위가 17일까지 심사를 마쳤지만 교과위는 심사 일정도 아직 잡지 못했다. 교과위 소속의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은 “국민에게 위임된 입법 권한과 행정부 감시 권한을 의원들이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면서 “교과위가 가장 비교육적인 상임위가 됐다”고 꼬집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