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았을까.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받은 돈의 액수가 순차적으로 언론에 노출될 때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권 여사가 받은 돈”이라는 해명을 내놓아 이런 의구심을 낳고 있다.
17일 정 전 비서관이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 회장에게서 3만 달러를 넘겨받은 사람 또한 권 여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9일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 때 이런 내용이 담긴 권 여사의 진술서를 법원에 이미 제출했다”고 밝혔다.
7일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릴 때만 해도 권 여사가 받았다는 돈이 얼마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사과문에서 “정 전 비서관의 혐의는 저희들의 것입니다. 저의 집(권 여사)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입니다”라고 하면서도 권 여사가 받은 돈이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사과문 발표 이틀 뒤인 9일 정 전 비서관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100만 달러를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때 노 전 대통령 측은 “소상히 밝히지 못한 부분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수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사흘 뒤엔 또 돈이 불어났다. 100만 달러에서 3억 원이 더 붙었다. 권 여사가 부산지검에 소환돼 조사받는 시기를 전후해 그동안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서 받은 것으로 전해진 3억 원도 권 여사가 받았다는 내용이 알려진 것. 문 전 실장은 당시 이런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 돈을 받은 사실을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몰랐다”고 강조했다.
결국 박 회장이 전달한 100만 달러와 3억 원, 정 전 회장이 전달한 3만 달러 모두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권 여사가 받은 것이지, 노 전 대통령은 권 여사가 받은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는 게 노 전 대통령과 문 전 실장의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박 회장의 진술과 돈이 전달될 당시의 정황을 토대로 3억 원은 정 전 비서관이 썼으며, 100만 달러와 3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거나 적어도 노 전 대통령이 권 여사의 돈 수수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본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권 여사의 금품 수수를 알기만 했어도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