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취업사관학교]<4>청강문화산업대 ‘맞춤전공’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7분


청강문화산업대 내 학교기업인 ‘청강창조연구센터(CCRC)’에서 학생들이 단편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며 표현 기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학교는 학교기업을 통해 실제 영화나 TV에 방영되는 상업용 작품 제작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실무능력을 키우고 있다. 이천=전영한 기자
청강문화산업대 내 학교기업인 ‘청강창조연구센터(CCRC)’에서 학생들이 단편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며 표현 기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학교는 학교기업을 통해 실제 영화나 TV에 방영되는 상업용 작품 제작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실무능력을 키우고 있다. 이천=전영한 기자
졸업생 취업분야 따라 과목 신설

애니메이션 학과에만 전공 64개

청강문화산업대 애니메이션과 3학년인 정현주 씨(20)와 안미현 씨(20)는 매일 오전 9시면 학교 내 청강창조연구센터로 출근한다. 각자 자리에서 컴퓨터를 켠 후 그날 처리해야 할 애니메이션 작업을 확인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수업은 바로 위층에 마련된 강의실에서 듣는다.

17일 경기 이천시 마장면에 있는 청강문화산업대를 찾았을 때 두 학생은 강아지 형상을 한 캐릭터 ‘머피’가 총을 뽑으면서 몸을 뒤로 돌리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이었다. 정 씨는 “머피는 5월부터 제작할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라며 “프랑스로 수출될 작품이기 때문에 학교 과제를 할 때보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 더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2005년부터 외부에서 수주한 프로젝트를 교수와 학생, 발주기업 직원이 팀을 이뤄 완성하는 방식으로 실무교육을 진행해 왔다. 그러다가 올해 초 아예 청강창조연구센터(CCRC)라는 학내기업을 설립했다. 정 씨와 안 씨는 이 학교기업의 직원이자 학생이다.

정 씨와 안 씨처럼 학교기업 직원으로 활동하는 학생은 약 136명. 애니메이션과뿐만 아니라 만화창작과, 디지털영상디자인과, 게임과 등이 참여하고 있다. CCRC는 학교기업과 강의실, 기숙사가 통합돼 있는 ‘기숙형 창작공간’. 현재 10여 개의 외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학교기업 안에서 학생들은 작업 분량에 대해 거의 매일 교수와 발주업체 책임자의 점검을 받는다. 학교기업 사장인 이경학 산학협력단장은 “학생들은 많게는 한 장면을 20번에 걸쳐 교수, 선배, 발주업체 감독으로부터 점검받기 때문에 실습효과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게일스튜디오에 취업한 최예진 씨(23)는 “학교에서 실제 상용 작품을 만들어 본 경험이 직장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그 덕분에 취업 직후부터 EBS 인기 애니메이션 ‘뽀로로’ 제작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6년 설립된 이 대학은 2006년부터 교육과정 모듈화 작업에도 착수해 지난해부터 적용하고 있다.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필요한 새로운 직무를 탐색해 거기에 맞춘 신규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들이 자기 진출분야와 관련된 과목들을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한 것. 일종의 ‘개인별 맞춤형 교육과정’이다. 애니메이션과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전공과목을 64개나 만들었다. 학생들은 자기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기 위해 매년 3월이면 교수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이론적으로 1000가지 넘게 조합할 수 있는 교육과정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한다.

외부 프로젝트 수주를 통한 실무인력 양성 방식과 교육과정의 모듈화 덕택에 이 학교는 높은 취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학교기업에 참여한 4개 과는 올해 85∼90%의 취업률을 예상하고 있다. 허은 디지털영상디자인과 교수는 “내년 졸업자부터 학교기업 경력을 취업 이력서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기업은 수주한 일감을 학교 내 창업보육센터와도 공유한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2억8000만 원.

이 대학은 영상·애니메이션, 만화콘텐츠, 게임산업, 공연산업, 디자인산업, 생활문화, 정보통신, 휴먼케어 등 8개 계열에서 23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신입생으로 1700명 정도를 선발한다. 실기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3년 전부터 면접전형을 강화해 학원에서 배운 실력이 아닌 학생 본연의 실력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이천=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